감정과 힘이 양껏 깃들어 소화가 어려운 문장 보다, 일렁이는 나뭇잎으로만 알 수 있는 바람결 같은 문장을 쓰고 싶다. 그러나 문제는 소설도 시도 읽지 않는 내게 그런 문장은 욕심이고 아집이고 건방이다.
드는 것 없이 나는 것이 많길 바라는 마음은 예나지나 한결같아, 그런 항상성을 높게 산다면야 할 말이 없다만. 그걸 자족의 조건으로 삼는 것은 또 한 톨의 양심이 깡총거리며 성가시게구니 이쯤 한다.
연속된 삶은 달력과 달라서, 어딜 어떻게 끊어내든 내 마음에 달렸다 생각했다. 여겼다. 하지만 뜨고 지는 해와 달을 부정할 만큼 뻔뻔하지는 또 않으니. 그렇게 또 하루하루를 단위 삼아 생의 마디를 발골한당.
몇 근의 무게가 될는지는 모를 내 생의 단위는 제각각.
발목에서 종아리 지나 오금까지 한 마디, 아니면 발바닥에서 정강이 중앙을 도려내 또 한 마디. 잡히는 대로 썰어대자니 정 없다 망설이고, 썰어댄들 그게 또 무슨 맛일까 싶어 또 머뭇거리고.
그렇게 지금까지의 여정을 복기하는 것조차 묶음하나 맺질 못해 어영부영, 중언부언.
기뻐 뱉는 문장도, 슬퍼 흘리는 문장도. 하나 같이 풍선서 새나가는 공기만 같아서 되겠냐만.
이 어중띤 문장의 끝맺음은 아마도 비명횡사겠거니 한다.
그렇게 마지막 운을 떼며 남기는 것은, 희로애락과 생로병사의 고저에서 내리막이 그리 쉽다거나 기쁘지만은 않았다는 것. 그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