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고 한국 땅을 떠나자마자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이미 공항에서 저녁을 먹었기에 배는 전혀 고프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비행기만 타면 기내식을 다 챙겨 먹게 된다. 어떤 음식이 나올지,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놓칠 수가 없다.
두 끼를 챙겨 먹고 나니 두바이에 도착했다. 평소 하루에 두 끼 정도 먹는데 이미 아침, 점심, 공항에서 저녁까지 세끼를 먹은 상태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에 또 두 끼씩이나 더 먹으니… 사육당하는 느낌이었다.
두바이는 처음 와봤다. 물론 공항 내에서만 머물겠지만 얼마나 화려할지 궁금했는데 현지 시각으로 늦은 밤이라 그런지 아니면 *레이오버 (layover)여서 생각보다 환승구 쪽은 작았던 건지 면세점 몇 군데 빼고는 볼게 별로 없었다. 커피 한잔 마셔볼까 싶어 스페니쉬 라테 한 잔 주문했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9천 원 정도 했다. 두바이도 비싸구나... 면세점도 돌아봤는데 단짝 자매님이 대추가 들어간 초콜릿이 유명하다고 알려줬다. 한국에 귀국할 때도 두바이에서 환승하니까 그때 한번 사봐야겠다.
두바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또 기내식을 잔뜩 먹고 7-8시간 지나자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에 무슨 문제였는 지 비행기가 다시 하늘로 솟구쳤다가 멀리 빙 돌아서 착륙했는데 속이 살짝 울렁거렸다. 내가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높은 데서 떨어지는 느낌인데 그래서 놀이공원에 가도 탈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20대 때는 친구들하고 저 세상 롤러코스터도 타봤지만 이제는 내 발이 땅에 붙어있어야 마음이 평화롭다. 그래도 지금까지 비행기 탈 때마다 큰 흔들림 없이 안전하게 도착했는데 주님과 기장님께 늘 감사한 마음이다.
오후 2시경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다들 수화물 (baggage claim) 찾는 곳으로 신속히 이동했다. 우리 교구 수화물에는 다 똑같은 네임택이 달려있어서 트레일러에 네임택이 달린 캐리어가 보이면 너나 할 것 없이 챙겨서 내렸다. 그리고 모두들 핸드폰을 들고 유심으로 교체하거나 혹은 e심을 연결하느라 분주했다. 나는 이번에 유심으로 챙겨 왔는데 유심은 기존 한국번호 사용이 안되고 현지의 가상번호를 발급받아서 사용할 수 있다. 새로 나온 e심은 기존 한국 번호도 사용할 수 있고 유심을 교체하지 않아도 돼서 편리하다. 다음에는 e심으로 구매하리라!
짐을 다 챙긴 뒤에는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단체 버스로 이동했는데 인원이 많아 두 팀으로 나눠서 마드리드 시내에 갈 예정이었다. 현지에 사는 가톨릭 신자인 부부 두 분이 가이드로 오셔서 한 팀씩 맡아주셨다. 현지에 도착하니 슬슬 실감이 나기 시작하면서 설렘이 찾아왔다.
*레이오버 (layover) - 환승지에 24시간 미만으로 머무는 경우로 수화물은 첫 출발지에서 부치면 자동으로 환승지를 지나 도착지까지 연결해 준다. 고로, 환승지에서 짐을 다시 찾아서 부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