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서 단체버스를 타고 바로 시내로 이동해 알무데나 대성당(Catedral de santa maria la real de la almudena de madrid)에 도착했다. 가이드님의 안내에 따라 내부에 입장했는데 역시나 유럽의 성당은 볼 때마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해외에 오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가이드의 설명을 열심히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려도 귀국하고 나면 거의 잊힌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직접 공부하고 가는 것과 귀동냥의 차이는 꽤 크다. 그래서 늘 다음 여행 때는 미리 공부하고 가리라 다짐하지만 그때뿐인 게으른 현실.
건축도 잘 알면 유럽의 성당이나 건물을 볼 때 분석하는 재미가 있을 듯싶다. 이번에도 역시나 다짐을 해본다. 한국에 돌아가서 유럽에 대한 책을 많이 읽어보겠노라고.
아무튼 성당 내부를 경건한 마음으로 돌아보고 간단히 기도를 한 뒤에 단짝 자매와 바로 옆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너무 이쁜 묵주가 있길래 둘이 하나씩 사서 팔찌처럼 착용했다.
그리고 이 성당에 온 가장 큰 목적인 미사를 위해서 지하 성전으로 이동했다.
우리 교구끼리 자체로 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성당에서 허락해 주었다. 타국에서 드리는 첫 미사의 감동이란… 여러 신부님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의 은총, 동료의 아주 멋들어진 기타 반주에 다 같이 청년 성가를 부르며 느끼는 전율, 성전에 방문했다가 한국말로 미사를 드리는 우리를 보던 외국인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까지 기억에 남는다.
미사까지 드리고 나니 벌써 저녁때가 가까워졌다. 바로 옆의 마드리드 궁전을 지나 다시 단체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지에서 벗어나 호텔에 도착했다.
전체 일정 중에 합숙을 해야 하는 교구대회와 본 대회를 제외하고, 호텔에 숙박할 때는 무작위로 정해준 룸메이트와 짝을 지어 2명이서 같이 방을 사용해야 한다. 내 룸메이트는 우리 교구에서 제일 어린 친구였다…
호텔 방에 짐을 두고 개운하게 씻은 뒤 호텔 내 카페테리아에 저녁식사를 하러 갔는데 그때가 저녁 8시였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스페인 사람들은 하루에 5끼를 먹는다고 한다. 아침은 커피와 빵으로 간단히, 보통 9시에 출근해 약 11시경 오전 간식으로 샌드위치를, 오후 1~3시경 점심식사를 코스 메뉴(메뉴 델 디아)로 푸짐하게, 이른 저녁인 6시경 기호에 따라 오후 간식을 먹고 저녁식사는 보통 밤 9시쯤 간소하게 먹는다고.
이렇게 식사하는 이유는 오후에 무더위를 피해 낮잠을 자는 시간인 시에스타(Siesta)의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대다수의 상점, 마트, 식당 등도 문을 닫는다.
우리는 외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호텔 측에서 식사를 조금 일찍 할 수 있게 준비해 주었다. 저녁식사는 코스로 나왔다. 비행기에서부터 기내식으로 사육당해서 샐러드나 신선한 과일이 너무 먹고 싶었지만 코스로 나온 음식도 맛은 좋았다. 와인도 간단히 한잔하고 후식으로는 딸기가 들어간 요거트가 나왔다.
식사를 하고 나니 피로감이 몰려와 방으로 돌아와서 밤 10시쯤 잠이 들었다. 교구대회와 본 대회 전에 오늘이 제일 편하게 침대에서 잘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다. 내일부터 약 2주 동안은 체육관과 학교에서 합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