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6일 수요일 오후 5시경 포르투갈 타비라에 도착했다. 교구대회 동안 우리 교구 순례자들의 숙소는 Municipal Pavillion Dr. Eduardo Manshinho 체육관이다. 우리 교구뿐만 아니라 짐바브웨, 멕시코, 사이판, 필리핀 등 다른 나라 순례자들도 함께 숙박한다. 홈스테이나 개별 건물 숙박도 가능한데 순례국과 순례자들의 인원이 많다 보니 모두를 수용할 수는 없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려 짐을 챙겨서 숙소로 들어가는데 굉장한 환호성이 들렸다. 뭐지? 싶었는데 옆에 계시던 신부님께서 우리 왔다고 환영해 주는 거 아니냐고 하셨다. 에이 설마... 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는데 정말로 봉사자들이 양쪽으로 마주 보고 쭉 서서 손을 맞대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입장하는 우리 순례자들이 그 맞잡은 손 사이로 지나갈 때마다 환호해 주는데 이런 기분 좋은 환대란!
그리고 교구대회 키트도 받았는데, 일주일 동안 급식소에서 배식받을 때 필요한 도시락통과 수저세트, 타비라 지도, 텀블러, 그리고 물과 간식이었다.
우리 교구의 자리로 배정된 곳에 짐을 풀고 침낭을 깔았다. 이건 마치 수련회 온 듯한 느낌...
그리고 저녁 6시 미사를 드리기 위해 다운타운 쪽으로 이동을 했다.
작은 다리 위를 걸어서 넘어가면 광장이 보이고 식당이 밀집해 있는 다운타운이 나온다.
광장에서 2분 정도 거리에 있는 성당에 도착했는데 다른 국가의 순례자들이 이미 와서 앉아있었다. 교구대회 동안 우리는 짐바브웨 순례자들과 저녁 6시에 매일 이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게 되며 하루씩 번갈아가면서 미사 집전을 할 예정이다. 오늘은 짐바브웨 측에서 미사를 준비했고 우리는 참여자로 함께한다.
미사가 시작되면 신부님들이 뒤에서 입장을 하시는데 짐바브웨 친구들이 앞장서서 아주 신나게 춤을 추면서 입장을 했다. 노래도 신났고 중간중간 호루라기 부는 듯한 추임새도 들어갔는데 우리 모두 처음 보는 광경에 신기함 반 놀라움 반으로 쳐다보았다. 짐바브웨 신부님들은 대조적으로 뒤에서 조용히 걸어 나오셨다.
미사는 영어로 진행이 되었다. 미사를 집전하신 짐바브웨 신부님과 옆에 다른 짐바브웨 신부님들도 경건하게 미사를 진행하셨고 청년 친구들은 대조적으로 찬양할 때면 추임새를 동반한 노래에 신나는 율동을 곁들여 본인들의 문화를 보여주었다.
미사가 끝나고 파견성가 부를 때는 우리 측 청년들도 하나둘 같이 춤추며 장단을 맞춰주었다. 이런 문화교류의 시간이라니 정말 귀한 경험이다.
미사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바로 옆 운동장 내에 위치한 급식소로 갔다.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수도시설이 있어서 도시락통을 한번 씻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배식받기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저녁 메뉴는 복숭아, 호박수프, 그리고 미트볼 스파게티였다.
수프를 한 입 떠먹고 미트볼을 한 입 베어 먹고 나니 침묵이 이어졌다. 포르투갈에서의 첫 식사였는데 내 인생에서 먹어본 음식 통틀어서 이런 맛은 처음이었다. 이 소도시에서 많은 인원을 수용해야 해서 겪는 어려움들이 있고 아마 예산도 한정적이었을 것이라는 점도 알지만 마치 1인분의 수프와 스파게티 소스로 10인분을 만든 그런 맛이었다. 상대방의 수고를 생각해서 음식에 대한 혹평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음식은 순례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나오니 이 글만 보고 오해하지 말아 주시기를!)
저녁식사를 마치고 도시락통 설거지를 한 뒤에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밤 9시 정도 됐는데 이대로 타비라에서의 첫날밤을 마무리하기가 아쉽기도 하고 시원한 맥주로 입가심이라도 할 겸 단짝과 함께 다운타운으로 다시 나갔다. 숙소는 밤 12시까지 들어오면 되고 새벽 1시에 소등된다. 그리고 교구대회의 공식일정은 내일부터 시작된다.
다운타운에 갔는데 밤이라 그런지 작은 마켓처럼 천막들이 한 줄로 쭉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진열대에 온통 책으로 가득했고 약 10군데 정도의 천막이 전부 책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흥미롭다 싶어서 구경하면서 영문으로 된 책을 하나 사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전부 포르투갈어로 쓰인 도서들이었다.
게다가 길을 걷다 보니 우리의 눈을 또 사로잡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귀걸이를 파는 가게!
가격도 착하고 너무 이뻐서 골목골목에 있는 가게를 돌아보다가 귀걸이를 각자 2개씩 샀다. 그렇게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리다 보니 광장 옆 식당 겸 카페에 도착했을 때 이미 밤 10시가 넘었는데 식사 메뉴는 주문이 끝났다고 해서 맥주를 주문했다.
광장에 있는 야외무대에서 학생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발레를 선보이고 있었는데 그 무대를 보면서 선선한 타비라의 밤에 맥주를 마시는 그 기분이란.
이 늦은 밤에도 많은 주민들이 무대 앞에 앉아 공연을 지켜보고 있었고 젤라또 가게 앞은 인산인해였다. 더 앉아있고 싶었지만 신데렐라의 신분이라 밤 12시가 되기 전에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오는 길에 본 야경도 너무 이뻤다.
숙소에 도착해 공용 샤워실에서 씻고 얇디얇은 침낭에 몸을 기대어 잠을 청하며 기분좋은 타비라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