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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츤츤 Jun 13. 2022

왜 농부가 되기로 했나요

지역의, 지역에 의해, 지역을 위해

농협 청년농부사관학교 Day 3

2022. 6. 9 (목)


오전 이론 시간에 농협 청년농부사관학교 8기생끼리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시간 관계상 모든 인원이 소개를 하지는 못했지만 거의 대부분 소개를 마쳤다. 각자 소개를 들어보니 정말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였다. 부모님의 농사일을 돕거나 물려받아서 잘 키우기 위해서 온 사람도 꽤 있었고, 농사를 해보다가 잘해보고 싶어서 온 사람도 있었다. 농사 경험이 없는데 가능성을 보고 온 사람도 있었고 귀농 귀촌하고 싶어서 온 사람도 있었다.


나도 소개를 했다. 짧게 하고 싶었지만 결국 길어져 버렸다.


했던 일들은 여러 가지지만 목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했다. 전라남도 목포에서 지역살이를 하며 서울 생활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지역에서 살아남고 또 재밌게 살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역에서 버틸 수 있는 산업이 없거나 혹은 있던 산업이 쇠퇴/이전하면 지역의 일자리는 감소하고 인구도 그에 따라 떠나게 된다. 자연스럽게 그 지역은 소멸하게 된다. 그래서 지역이 할 수 있는, 지역만 할 수 있는 산업을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농업이었다. 유일하게 수도권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산업인 농업을 핵심으로 산업 혁신을 통해 지역에서도 먹고살 수 있는 일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싶다고.


(여자 친구의 부모님이 나주에서 배 농사를 짓고 계시고 그 배를 브랜딩 할 것이라는 얘기를 못했다. 아쉽긴 한데 뭐 어쩔 수 없지.)


오후 실습은 먼저 실습과 관련된 이론을 좀 배웠다. 네덜란드와 우리나라의 면적당 농작물 생산량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나는 것을 보고 너무 놀라웠다. 교수님은 농산물의 품질도 중요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도 하셨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농부에 대한 신뢰, 브랜딩을 통해 시세에 휘둘리지 않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그래서 해마다 농사를 잘하고 성장해서 돈 많이 버는 농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시부터는 실습장에 가서 정식 전 본포 농작업이라는 것을 했다. 토마토 모종을 재배 실로 옮겨서 심기 위한 밑 작업이었다. 간략히 요약하면 재배실에서 기존에 사용했던 오래된 자재들을 철거/폐기하고 새로운 자재를 설치했다. 그리고 재사용하는 자재들은 소독약을 만들어서 깨끗하게 소독을 했다. 비료로 배양액을 만들고 커다란 슬라브(식물이 뿌리를 내리는 커다란 스펀지 같은 거다.)에 부어줬다. 농부는 약도 만들고 일도 하고 안 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점점 만능이 되어야 하는 것 같은 느낌.


사고가 있었다. 만들어둔 배양액을 들통에 들어서 나르고 있었는데 물을 뜨는데 물 색깔이 이상하게 노란색이었다. 몇 번 뜨러 왔다 갔다 하는 동안에는 계속 맑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 물은 다 버리고 다른 물을 펐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누가 물통 앞에 놓여있던 비료를 쏟아부었나 보다. EC는 12가 되었고 이 물은 다 버려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누가 그걸 가져다가 사용을 했다나보다. 그 물을 쓰면 식물은 너무 짜서 탈수현상이 오고 다 죽는다고 했다. 그래서 내일 할 일이 늘었다. 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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