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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츤츤 Jun 16. 2022

안 배우는 게 없고 피할 수도 없다

농업은 토털패키지 교육

농협 청년농부사관학교 Day 6

2022. 6. 14 (화)


오늘은 이론 수업에서 토양에 대해 배웠다. 화학, 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중고등학생 때, 의전원 공부를 잠깐 할 때 들으며 그렇게 어려워했던, 피하고 싶었던 화학식 기호들이 우르르 나왔다. (Al3+, C6H12O6, ATP…) 어쩔 수 없다. 해야만 한다. 그래도 현장에서 식물을 보면서 느끼니 신기하게도 이해가 된다?!


간단히 요약하면 생물들에는 전기가 흐르고 있는데 그 흐름을 통해서 에너지와 양분을 가진 원소들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원소 단위로 주고받기 때문에 각각 원소가 가진 전기 성분에 따라 음이온, 양이온이라고 부른다. 필요한 원소는 뿌리가 가진 이온을 통해 토양에서 끌어당겨 흡수하면서 필요 없는 것은 땅에 주는 교환이 일어난다.


잎에서는 이산화탄소(CO2)를, 뿌리에서는 물(H2O)을 흡수해 분해하여 필요한 양분(이온화된 것들)을 뿌리로 흡수할 때에는 필요 없는 원소들을 토양으로 혹은 잎의 기공으로 내보낸다. 이때 뿌리로는 탄소(C)를, 잎으로는 산소(O2)를 내보낸다. 우리에게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면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탄소를 흙에 저장하는 것이다.


교수님이 열심히 설명을 해주셨는데 짧은 시간에 방대한 지식을 머리에 담으려고 하니 힘들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고등학교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는 실습을 했다. 일전에 심어둔 대추 방울토마토 모종의 지지대를 제거하고 꽃이 땅을 향하도록 줄기를 자빠트렸다. 일부러 줄기에 스트레스를 주어서 줄기를 강하게 키우는 것이었다. 이렇게 두더라도 빛을 향해서 천천히 고개를 든다고 한다. 간혹 줄기가 부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완전히 잘리면  이후로는  자란다고 한다. 조금 찢어졌더라도 줄기 안쪽의 물관과 체관이 온전하면 그냥 두거나 테플론 테이프로 살짝 감아주면 괜찮다고 한다. 역시 생물의 생명력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그리고 저온 저장고에 넣어두었던 방울토마토를 다시 꺼내와서 무게가 얼마나 줄었는지, 당도는 얼마가 나오는지 측정한 후 플라스틱 용기에 1kg씩 포장해 주었다. 중량이 살짝 줄면서 당도가 높아졌다. 조원 한 명이 먹어보더니 마트에서 사 먹는 맛이라고 했다. 금요일에 집에 가면서 각자 1kg씩 가져가게 되었는데 집에 가서 어서 빨리 먹어보고 싶다. 우리가 가져가고 남은 토마토는 교수님이 가져다가 어떻게든 팔아서 우리에게 돌려주시겠다고 했다. 초짜들이 만든 토마토도 팔리다니 신기하다.



토마토는 정말 빠르게 자란다. 그래서 계속 자라고 있는 토마토 줄기들을 정리해 주었다. 오늘은 완숙 토마토, 대추 방울 토마토 줄기들의 측지를 제거해 주었다. 그리고 줄기가 자라난 만큼 위인 줄을 조금 더 풀어서 원줄기에 감아서 똑바로 자라도록 해주었다. 대추 방울 토마토는 키가 무척 커서 사다리에 올라가서 작업을 해줘야 했다. 몇 명은 계속 사다리를 올라 다니고 나머지는 밑에 쪽 가지를 정리해 주면서 불필요하게 양분을 가져가는 꽃과 과일들을 제거해 주었다. 꽃 개수가 너무 많은 경우 끝 쪽의 꽃을, 수분이 안된 꽃들을 잘라주었다. 벌레를 먹거나 흉터가 난 과일, 너무 과일이 많이 달려서 양분을 뺏어가기만 하고 상품성은 없는 과일들은 잘라주었다.



한 놈만 쭉 크면 그놈이 다 밟고 큽니다.

식물을, 열매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참할 일이 많은 것 같다. 잘 커질 수 있도록 햇빛과 양분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누구 하나가 많이 가져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렇게 여러 줄기들을 한꺼번에 집단 생산할 때에는 어떤 한 줄기만 쭉 크지 않도록 높이도 잘 맞춰준다고 한다.


저녁을 먹고는 카페에서 가오픈 준비, 계획을 조금 하다가 현장학습 상담이 있어서 숙소로 올라왔다. 상담을 하면서 조원들이 어떤 작목을 하고 싶은지 어떤 농가로 현장학습을 가고 싶은지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여자친구 부모님의 배 농가로 가고 싶다고 했더니 상담이 빠르게 끝났다. 작목 선택을 못했거나 실습 농가를 찾아보고 연락해서 허락을 구해야 하는 경우 오래 걸릴 수 있나 보다. 참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좀 편하게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서 괜히 좀 겸연쩍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바빴던 오늘 하루도 이렇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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