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들과도 농업이랑도
2022. 6. 22 (수)
강의실에 가보니 갑자기 자리 배치가 바뀌어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우리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교수님이 일부러 그렇게 했다고 했다. 이유는 서로가 좀 더 친해지게 하기 위함이었다. 인원이 꽤 많다 보니 친해진 사람들이 생겼고 그 사람들끼리만 관계를 맺고 어울려가고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게 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도 있고 다소 어색한 부분도 있었는데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이론은 특강이었는데 주제가 자산관리였다. 강사는 농협에서 나온 분이었다. 주제를 듣고는 필요하기는 한데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실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들어보니 현재 안 좋은 경제 상황, 노인인구 증가 현황, 연금이나 주식시장 불안 등 미래가 불투명하므로 자산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내용이어서 흥미가 떨어졌다. 차라리 흥청망청 병 막는 가계부 쓰는 법 같은 것을 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우리 중에 분명히 저축 안 하고 물 쓰듯 돈 쓰고 관리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이러한 실사례들을 토대로 우리에게 좀 더 와닿는 내용으로 강의를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 사실상 개인 창업을 하는 것과 다름없을 텐데 기본적인 돈 관리 방법부터 알려주는 게 나을 것 같다.
오후부터는 다시 하우스를 지었다. 가로장 파이프를 달고, 피스와 조리개를 이용해 고정했다. 비닐을 고정할 패드를 달고, 환기구를 달 구멍도 만들어주었다. 하우스 옆면 아래에는 검은색 처마 비닐을 달아주었다. 그러고는 대망의 천정 비닐을 설치했다. 엄청나게 커다란 비닐을 여러 사람이 마치 연날리기 하듯 촤라락 펼쳐서 하우스에 덮어주었을 때 묘한 쾌감과 희열이 느껴졌다. 그러고는 비닐을 패드에 스프링으로 눌러 끼어서 고정해 주었다.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하고 나니 벌써 6시가 되었다. 무려 5시간이 순삭 되었다.
하우스 설치가 오래 걸렸다 보니 야간 나머지 수업을 했다. 저녁을 먹고 다시 실습장에 모여서 적무 씨앗을 받았다. 씨앗을 소독액에 5-10분 정도 담가서 소독하고 물로 씻어냈다. 그러고는 숙소로 씨앗을 가져와 30~40도의 미지근한 물에 불려주었다.(침지처리) 이렇게 내일 정오까지 한 18시간 정도 담가두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을 가수분해라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씨앗 내 전분이 당으로 바뀌고, 이 당을 먹고 씨앗이 힘을 내서 발아를 하게 된다. 참 신기한 것 같다. 화학반응을 통해 생물이 살아가는 것을 보면 참 기적과도 같다.
불린 씨앗은 내일 심어주기로 했다. 새싹채소는 판매되는 시장이 괜찮다고 한다. 수요도 많고 가격도 괜찮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은 면적에서 많은 량을 생산할 수 있다. 생산되는 주기가 7일 정도라서 1년 내 많은 횟수를 생산할 수도 있다. 새싹은 키가 작기 때문에 식물 아파트 형태처럼 층층이 쌓아서 재배도 가능한 장점이 있다. 우리는 어떻게 키울지 궁금하다. 얼마나 많이 잘 키울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