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만드네
2022. 6. 27 (월) ~ 30일 (목)
농협 청년농부사관학교 4주 차(6월 27일~7월 1일) 스마트팜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
괜히 스마트팜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거창한 것을 떠올리게 된다. 괜히 똑똑할 것 같고, 멋진 기술이 쓰였을 것 같다. 최근 LG에서 만든 식물 재배기 '틔운', 지하철역에서 보았던 식물 공장, 몇 년 전 나왔던 SF영화 <마션>에서 맷 데이먼이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던 모습도 생각난다. 하지만 스마트팜에 쓰이던 기술은 아주 예전부터 있어왔다고 한다. 단지 대중적인 단어인 스마트팜으로 명명되면서 뭔가 있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팜은 간단히 말해 환경을 제어해 식물을 재배하는 것이다.
스마트팜도 세대가 나뉘는데 1세대는 원격감시와 원격제어를, 2세대는 센서와 데이터를 통한 자동제어, 3세대는 로봇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세대 구분을 나누기 이전에 가장 기본이 되는 계전함을 만들어보는 실습을 진행했다. 여러 부품들을 받았다. 누전 스위치, 레버, 모터, 전선, 변압기 등 두꺼비집에서 보던 제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나저나 실습을 하려고 하는데 교수님 머리에 뭔가 붙어있는 거 같아서 먼지인 줄 알았는데 먼지가 계속 움직였다. 교수님이 움직일 때마다 휘청휘청~ 떨어지지 않으려고 머리카락을 필사적으로 잡고 매달렸다ㅋㅋ 하지만 결국은 바닥에 떨어져서 가만히 있다가 바로 옆 테이블에 올라가더니 교보재 사이를 헤매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 다가가서 잘 보니 새끼 사마귀였다. 잡아서 밖에 방생해주려고 다가갔는데 나름 또 사마귀라고 날쌔게 피하기 시작했다. 양손을 이용해 유인하고 몰아세워서 종이 위에 사마귀를 올리는 고생 끝에 3층 건물을 내려가서 잔디밭에 방생에 성공했다 :D
귀여운 사마귀 씨 해충 많이 먹어줘야 해. 잘 살아!!
교수님이 그려주신 설계도대로 천천히 하나하나 부품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자를 잘 맞춰서 전선을 잘라서 연결해주었다. 전선의 길이를 조금은 여유 있게 잡아놓고, 피복을 벗기고 드러난 금속 선에 연결하기 쉽도록 집게발 모양으로 생긴 연결고리, 터미널을 붙여주었다. 전선의 피복을 벗기는 와이어 스트리퍼, 터미널 연결을 쉽게 도와주는 터미널 압착기가 있어서 작업이 수월했다. 역시 작업은 도구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 계전함 작업을 할 때에는 전자드릴은 오히려 사용하지 않는 게 좋았다. 그 정도로 힘들게 작업할 필요도 없었을뿐더러 과하게 힘을 줬을 경우 플라스틱이 부서지거나 나사선이 마모되어 오히려 고정이 안 되는 상황도 있다고 했다. 뭐든 적당한 수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분명 우리는 농업 교육을 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분위기 전기 공학 시간이 되었다. 뚝딱뚝딱 만들다 보니 마치 아이언맨이라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뿜뿜 솟아났다. 안 그래도 뭔가 뜯어보고 고치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컴퓨터도 직접 만들기도 하고, 전동 킥보드도 직접 수리하곤 했었는데 이렇게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보니 재밌었다.
전원부와 스위치로 조정되는 작동부를 만들고 스위치를 통해 전기가 흐르게 하여 특정 동작을 켜고 끌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양한 센서를 통해 동작들이 되도록 혹은 되지 않도록 하기도 했다. 온도 센서를 통해서는 몇 도 이상에는 형광등을 켜고, 몇 도 아래로 떨어지면 형광등이 꺼지도록 해보기도 했고, 수위조절 센서를 통해 수조에 물을 채우도록 펌프를 켜고 끄기도 했다. 하나하나 만들다 보니 어느새 전선이 많아져서 잘 정리해주었다. 마치 영화에 맨날 해체하라고 나오는 시한폭탄의 어마어마한 전선들처럼 많아진 전선들이 신기했다.
하나하나 전기가 잘 흐를지, 흐르는지 전류 테스트기로 검사해가면서 안전하게 실습을 진행했다. 혹여라도 전기가 잘못 흘러서 문제가 생기면 큰일이니 말이다. 우리 몸에 전기가 아주 조금만 흘러도 사망에 이를 수 있으니 말이다. 특히 심장과 머리 쪽은 위험하다고 한다. 그래서 교수님이 실습 내내 안전을 강조하셨다. 그래서 하나 조립하고 테스트하고, 하나 연결하고 테스트를 하면서 실습을 진행했다. 덕분에 한 명도 다치지 않았고, 한 팀도 실습하며 합선을 내지 않았다.
3일에 걸쳐서 조금씩 진행했던 스마트팜 만들기, 계전함 만들기 실습을 안전하게 마무리하고 실제로 비닐하우스에 연결해서 잘 되는지 안되는지 확인을 하러 나갔다. 비닐하우스의 개폐기, 환풍기를 계전함에 연결하고 제어해보았다. 이상 없이 잘 작동되는 것을 확인하니 정말 뿌듯했다. 정말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전기와 스마트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었다.
농부는 정말 만능인인 것 같다. 안 하는 것도 없는데 못하는 것도 없어야 한다. 농업을 배우다 보니 세상을 보는 눈이 다양한 갈래로 커지는 것 같다. 내 세계가 무한히 확장하는 느낌이다. 어디까지 확장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