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부족했던 상추가 너무 많을 수도 있구나
2022. 6. 27 (월) ~ 30일 (목)
농협 청년농부사관학교 4주 차(6월 27일~7월 1일) 상추 실습에 대한 이야기
흔히 여름 상추는 금값이라고들 한다. 무더위에 잘 키우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키우기도 어렵고 저렴한 작물이다 보니 무더위를 무릅쓰고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만큼 물량이 없는데 하필 여름철, 휴가철에는 삼겹살을 많이들 구워 먹는다. 그럴 때 항상 고깃집 주인의 눈치를 봐가며 상추를 리필해먹곤 한다. 간혹 리필이 안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눈칫밥에 말아먹던 상추를 이렇게 직접 재배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것도 두 종류 씩이나 말이다. 상추(적축면)와 청 로메인.
그런데 이렇게 무성하게 잘 키웠다. 초보 농부라고 하기엔 아직은 아니고 실습생 치고는 잘 키운 것 같아서 뿌듯하다. 교수님이 얘기하셨던 대로 잘 따라갔더니 잘 키울 수 있었다. 수경재배 환경에서 비료를 탄 양액을 잘 맞춰주고 순환펌프로 계속 물을 흐르게 해 줬다. 그리고 약간 더위를 먹어서 상태가 힘들어 보이기에 발근제도 주고 엽면시비라고 직접 잎에 뿌려주는 비료까지 주었다. 그랬더니 상추가 무더위를 이겨내고 잘 자라주었다.
6월 16일에 상추를 심었으니 약 2주 정도 키우고 수확을 했다. 빠르게 수확하는 작물들은 그만큼 빨리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서 재밌다. 상추는 연한 잎채소이기에 수확할 때 찢어지지 않게 조심해 줘야 한다. 15cm 정도, 약 한 뼘을 넘기는 잎들이 상품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잎들을 떼어준다. 잎이 붙어있는 줄기 쪽의 하얀 대 부분을 엄지로 살짝 밀어주면 똑하고 부러지는 듯 쉽게 떨어진다. 수확하면서 아래쪽에 붙은 작고 상품성 없는 잎들은 제거해 주었다. 다른 작물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잎들을 남겨두면 광합성에 도움이 되는 것보다는 영양분을 뺏긴다고 한다.
위 쪽에 아직 덜 자란 잎 서너 장 정도를 남겨 놓고 앙상하게 남은 줄기를 보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론 뭔가 가로수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번에 수확할 때에도 건강하게 잘 잎을 키워주었으면 좋겠다. 다 딴 잎들은 상하지 않도록 잘 포개어서 저온 창고에 넣어주었다. 그다음 날 상추를 비닐 포장지에 잘 포장해 주었다. 이렇게 포장을 하고 나니 정말 감쪽같이 마트에서 사 먹던 상추와 똑같았다. 이렇게 포장을 해보고 나면 우리가 먹는 농산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쭉 늘어놓은 상추를 보니 마치 로컬푸드 마켓에 온듯한 느낌까지 든다. 우리 조가 잘 키우기도 잘 키웠지만 상추를 많이 뜯긴 뜯었다. 다음에도 이 정도 수확할 수 있겠지…?
직접 수확해서 먹은 상추는 정말 신선하고 맛있었다. 상추가 너무 많아서 삼겹살에 두 겹씩 싸 먹었는데 마트에서 사 먹은 것보다 조금 더 맛있었다. 유통과 보관 기간이 짧아서 그랬는지 직접 재배하고 포장까지 해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다음 수확기 때 또 맛보게 될 텐데 그때 또 비교해가며 먹어봐야겠다. 친한 사람들과도 나눠 먹으며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