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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 원더랜드 뮤지엄 전

by 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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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아주 유명한 앤서니 브라운. 앤서니 브라운 책의 원화를 전시하는 전시가 열렸다.

주로 가족과 함께 온 어린이 관람객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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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도 진행되고 있으니 개인적으로 도슨트를 듣기를 추천한다. 전시회는 정말 도슨트를 듣고 안 듣고가 작품을 깊이 이해하는 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입구에는 앤서니 브라운이 주로 그렸던 '침팬지'가 소파에 앉아있는 그림이 대표적으로 걸려있다.

전시를 본 결과, 앤서니 브라운의 키워드는 '침팬지', '고릴라', '바나나', '가족', '프레임', '초현실주의', '오마주'이다. 이 키워드들에 집중해서 지금부터 앤서니 브라운의 세계를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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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 책에 있는 등장인물들의 인형이 한 켠에 마련되어 있다.

주로 고릴라, 침팬지, 그리고 '우리 엄마', '우리 아빠'에 나오는 엄마 아빠, 즉 가족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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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의 멋진 하루(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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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가장 최근작인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이다. 영어 제목은 <Ernest the Elephant>인데 한국에 들어오면서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로 의역되었다. 보통 그림책의 영어 제목은 깔끔하게 한 단어로 표현되고, 한글 제목은 좀 더 스토리를 담아서 꾸며진 표현이 많은 것 같다. 일례로 이수지 작가님의 작품 <파도야 놀자>는 <Wave>로 번역되었다.


사설이 많았는데, 앤서니 브라운이 그림책 작가가 되기 전에는 병원에서 수술작업의 세밀화를 그리는 일을 했다고 한다. 병원을 그만두고 나서 했던 일이 카드회사에서 카드 일러스트를 그리는 일이었다고 하는데, 그때 그렸던 코끼리 그림을 기반으로 해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 그림은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로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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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들이 바로 앤서니 브라운이 초기에 그렸던 그림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악어를 그려낸 표현 방식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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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주요 내용은 어린 코끼리 어니스트가 정글에 들어가면서 정글에서 길을 잃은 이야기이다. 어니스트는 각종 동물들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때, 작은 생쥐가 어니스트를 도와준다. 앤서니 브라운은 이 작품을 통해 '작은 존재도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정글이라는 세계가 다채로운 색깔들로 칠해진 것도 작품을 감상하는 하나의 포인트가 된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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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앤서니 브라운의 키워드는 '가족'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가족은 아버지, 어머니, 형, 앤서니 브라운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유독 가족이 많이 나오고 그중에서도 자신의 가족 구성원과 같은 가족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동물원>, <행복한 미술관>이 있다.

그리고 아빠, 엄마, 형, 딸을 각각 나타내는 작품들이 있다. 순서대로 <우리 아빠가 최고야>, <우리 엄마>, <우리 형>, <넌 나의 우주야>가 있다.

첫 번째 사진을 보면 아버지의 얼굴이 흐리게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그가 10대 후반일 때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우리 아빠가 최고야(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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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느 날 엄마의 낡은 여행가방에서 아빠의 오래된 물건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건 바로 아빠의 '잠옷'이었다. 그래서 앤서니 브라운은 작품 내내 아빠가 '잠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그려낸다. 책에서 아빠는 뭐든지 잘하는 사람으로 표현되고, 아빠의 강인함을 나타내기 위해 고릴라 캐릭터로 아빠를 나타내기도 했다.


우리 엄마(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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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다음 작품 <우리 엄마>에서도 마찬가지다. 뭐든지 잘하는 우리 엄마, 는 계속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다. 꽃무늬 원피스는 그림을 잇는 서사적 연결 고리의 역할을 한다.


넌 나의 우주야(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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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시리즈를 만들었던 앤서니 브라운은 여자 형제에 대한 책을 만들 계획이 있는지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기존의 가족 시리즈는 작가의 가족을 모델로 했던 반면, 여자 형제가 없었던 앤서니 브라운에게는 어려운 소재였다. 그래서 앤서니 브라운은 자신의 딸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쓰기로 결정했다.

영어 제목이 <Our Girl>인 이유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바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물원(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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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가족 구성원을 한 명씩 소개했다면, <동물원>과 <행복한 미술관>에서는 앤서니 브라운의 가족과 똑같은 가족 구성원이 등장한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남자 형제. 그리고 여기서 깨알같이 형제가 쓰고 있는 '침팬지 모자'도 구경할 수 있었다.

고릴라가 네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은 철창에 갇힌 동물을 표현한 것 같다고, 같이 간 일행이 말해주었다.


행복한 미술관(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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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미술관>에도 똑같은 가족 구성원이 등장한다. 그리고 정말 작가가 '프레임'을 잘 쓴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또 나왔다. 바로 미술관에서 '엄마'만 프레임에 들어가 있고,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프레임 밖'에서 멀리 떨어져 보고 있는 점이다. 이는 엄마만 작품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가족은 '지겨워'라고 말하고 있다. 가족 구성원을 나타내는 그림에서도 아빠, 엄마, 조지는 모두 프레임 안에 들어가 있지만 '나'만은 프레임 밖으로 빠져나와서 나의 존재를 강조하고 있다.



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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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키워드는 '윌리'이다. 윌리 시리즈에는 그가 좋아했던 침팬지, 고릴라, 그리고 바나나 시리즈가 나온다. 더불어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들이나 다른 명화들을 오마주 하는 그림들도 종종 등장한다.

앤서니 브라운이 자신을 투영한 '윌리'를 침팬지로 설정한 이유는 침팬지가 인간의 외형과 비슷해서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겁쟁이 윌리(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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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이 자기 자신을 투영했던 캐릭터인 침팬지 '윌리'는, 초기 작품에서는 왜소하고 자신감 없는 '겁쟁이'로 등장한다. 고릴라 사이에서 살아가는 윌리는 괴롭힘을 당하곤 한다. 그러나 윌리가 나오는 작품들은 대부분 윌리가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겁쟁이 윌리>에서도 윌리가 운동 광고를 보고 운동을 하면서 자신감을 찾아가게 되는 이야기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거북목으로 굽어있던 윌리가 마지막 장면에서는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다.


윌리와 악당 벌렁코(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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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한 윌리는 <윌리와 악당 벌렁코>에서 악당 고릴라를 물리치기도 한다.


윌리와 구름 한 조각(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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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윌리에게 자그마한 구름이 생긴다. 윌리는 그 구름이 신경 쓰인다. 이내 구름은 윌리를 휘감는다. 구름은 윌리의 불안, 걱정 그리고 우울을 상징한다. 구름이 사라져 이제 구름이 사라졌나? 싶지만 구름은 어김없이 다시 찾아온다. 어느덧 구름은 먹구름이 되었다. 이때 윌리는 강한 의지로 먹구름을 떨쳐내면서 이를 극복해낸다. 구름을 물리치고 비가 내리는 장면은 우리에게 시원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또한 비가 '부정적 이미지'가 아니라 해소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쓰인 것은 주목할만하다.


미술관에 간 윌리(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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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앤서니 브라운의 '오마주' 작품들이 등장한다. <미술관에 간 윌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모나리자', '이삭 줍기' 등의 그림들을 오마주 했다. 또한 그는 작품들에 고릴라와 바나나들을 많이 배치해 놓았다.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을 바나나로 재치 있게 그려냈다. 뒤에 보이는 절벽은 고릴라의 형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꿈꾸는 윌리(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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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윌리는 윌리가 영화배우, 발레리노, 유명한 작가가 되는 꿈을 꾸는 이야기이다. 그런 이야기 속에서 르네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 앙리 루소, 조르조 데 키리고, 막스 클링거 등 거장 예술가들의 그림을 오마주 했음을 볼 수 있다. 꿈들은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작품에 숨겨진 '바나나'들은 꿈을 이어주는 장치의 역할을 한다. 바다의 물고기, 발레리나의 토슈즈, 사자의 꼬리... <우리 아빠가 최고야>와 <우리 엄마>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앤서니 브라운은 작품의 '연결성'을 나타내 주는 장치를 많이 심어놓았다.

두 번째 사진에서는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들을 바나나로 오마주 한 것을 볼 수 있다. 원래 책에는 고흐의 작품들을 오마주 한 그림이었는데, 전시에서는 다른 그림을 볼 수 있었다.


거울 속으로(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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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으로>는 자신의 뒤통수가 보이는 거울을 발견하고 그 거울 속으로 들어가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뒤통수가 보이는 거울은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을 오마주 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사진에서도 르네 마그리트의 <골콩드>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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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나이가 들었다고 접어야 할 책이 아니라
나이를 불문한,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나는 그림책을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지막 문구인 이 말이 인상 깊었다. 그림책은 어른이 읽을수록 더 깊은 의미를 꿰뚫을 수 있다. 이 말처럼, 어른들도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 세계를 더 깊이 볼 수 있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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