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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lking worker Nov 14. 2019

191113

매일 생긴 일을 그냥 기록합니다

-생일이 뭐 별건가 하는 마음으로 어제 하루를 보냈지만 그래도 친밀한 관계가 거의 없는 나에게는 현타가 오는 날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동생들이 따로 연락을 해 오지 않는 건 좀 많이 외롭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아침부터 몸도 마음도 컨디션이 바닥이었다. 첫 수업 50분 전에 기상이라니.

-오후에는 몸의 모든 기관이 신경 쓰였다. 조금만 이상한 느낌이 있어도 큰 증상으로 느껴져서 짜증이 났고 몸이 불편하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애초의 계획은 오전 수업 후에 집에 와서 책 한 권 챙겨서 저녁에 관람할 공연장 근처 카페로 가는 거였는데 그냥 집에서 침대에 누워 버렸다.

-이벤트 당첨 초대권이라서 컨디션 난조에도 취소도 못하고 극장으로 출발.

-요즘 가끔 우주의 무한한 시공간을 생각하면 나에게 닥친 문제가 너무 사소해 보여서 힘이 된다는 대사를 여기저기서 듣는데 사실 나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내용이다. 오늘 초대권으로 본 공연도 그런 맥락인 걸까. 수많은 세월 전에 태어나서 수많은 세월 후에 소멸해 갈 지구에 대해, 그리고 지구의, 그 무한한 시간 동안 유지해 온 루틴과 그 지구 위 인간들의 노력과 충실한 매일을 이야기했다. 오늘은 컨디션 난조로 많이 삐딱해서인지 '그만해. 나는 이미 주어진 일에 너무 충실하게 지내왔어'라고 내면의 짜증을 내고 있었다.

-생일은 별게 아닌데 참 별거더라. 나의 얄팍하고 좁은 인간 관계는 결국 내 탓이지만 그냥 슬펐고 내가 다른 관계들을 포기하면서 지켜온 관계는 상대방에게는 나만큼의 의미가 없는 건가 싶었다. 그 와중에 생일 노래 불러 준 학생들. 고마워요.

-Birthday Blue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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