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산들바람에 잎사귀가
연달아 흔들릴 때쯤 여름이 온다.
올해에는 어떤 비 소식이 올지
저 태양의 관심이 너무 뜨겁다.
철쭉은 나와 한마음인 걸까?
겨울을 버텨 피워낸 꽃을
한아름 품어 들고 기다린다.
기다림이 숙연해질 때쯤 여름이 오고
빗소리가 불현듯 손을 잡으면
철쭉은 마냥 흘러내린다.
나 역시 기쁨을 견디지 못하고
여름의 끈적임에 녹아내린다.
우리의 살갗이 맞닿는 소리가
귓속을 맴돌면
겨우내 기다림도 용서가 된다.
이제 여름은 없다.
굳이 여름을 여름이라
부르지 않아도 된다.
사계절 중 여름이 가장 좋다. 한 겨울에 태어났지만 여름이 더 끌린다. 여름 하면 즐거운 장면들이 많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이다. 무더운 여름 카페에 들어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시킨 장면. 유리잔에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 그 여유. 약간의 백색 소음들. 아직 읽어갈 책의 페이지까지 나에게 무한한 기대감과 행복감을 동시에 준다. 또한, 여름이 올 때 나는 특유의 향기들도 좋고 태양 빛 아래 있으면 항균이 되는 것 같아 산뜻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탄천을 따라 뛰고 나서 땀에 흠뻑 젖는 것도 좋다. 운동 후 찬물로 온 몸을 적실 때의 시원함은 온몸에 전율을 일으킨다. 이렇게 여름이 좋은 이유를 말하면 한도 끝도 없이 써 내려갈 수 있다! 과연 올해의 여름은 어떤 비가 내릴까? 볕은 얼마나 뜨거울까? 이렇게 여름에 빠져드는 순간 나는 여름이 되고 여름은 내가 된다. 굳이 내가 나를 부를 필요는 없다. 그래서 여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