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속 휴지통 비우기 클릭
입사 후 3번째로 맞이하는 주말. 이전 2번의 주말은 아무 생각 없이 게임'만' 하면서 보냈다. 주말 내내 게임만 했던 이유는 게임이 좋아서도 있겠지만 별다른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서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갑자기 다른 생활 패턴에 더해 다른 생활공간 마지막으로 낯선 사람들 속에서 적응하려니 낮시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듯했다. 누구를 만날 생각이나 다른 취미를 시작해볼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3주 차가 되자 빠르다면 빠르게 다른 일을 할 여유가 생겼고 어제는 핸드폰 메모장을 꺼내서 시를 썼다. 일을 하면서도 순간순간 드는 생각들을 메모장을 급히 켜 적어두었고 빨아먹는 요구르트를 짜내 듯 글을 짜내서 썼다. 잘 썼다까지는 아니지만 뭐 이만하면 됐지라고 하고 급하게 발행을 눌렀다. 예전 같으면 망설였을 클릭 한 번이 좀 쉽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회사 크기가 작다보니 글을 쓴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야근도 없고 모난 사람도 없고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렇다고 회사가 사랑스럽고 좋은 건 아니다. 큰 대형 강의실 같은 곳에 책상을 나란히 길게 깔아놓고 각자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며 타자를 두드리고 있는데 이게 회사가 돌아가는 모습이라는게 나름 신기했다. 옛날에는 재봉틀이었다면 이제는 컴퓨터라는 것 빼고는 실상 똑같은 공장이었다. 뭐 공장도 회사니까. 이렇게 생각하니 취업 전 생각했던 회사는 대단하고 혁신으로 이루어진 조직체처럼 보였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별거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주의 사회 제1 전선에 뛰어들고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어떻게든 자기 가치를 높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개 중에는 타인의 자존을 깎아내리면서 자신 서비스 혹은 인력을 팔아먹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짜증이 났다. 그리고 쉴 새 없이 자기 PR에 매진해 있는 사람들 때문에 보기 싫은 광고를 억지로 봐야 하는 느낌이 들어 짜증에 한몫했다. 나 잘났어요. 나 행복해요. 이 사람들 말에 동의하게 되면 부족한 나라서 불안했고 동의하지 않으면 제발 멈춰하며 눈을 감았다.
자신의 삶이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 난 이 사람들이 제일 불편하다.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저렇게 살아야 합니다. 돈은 이렇게 벌어야 합니다. 돈은 저렇게 벌어야 합니다. 또 그 말들에 매혹되어 우르르 따라가는 사람들. 마치 자신은 인생을 두 번째 사는 것처럼. 이미 겪어본 것처럼 확언을 하는 사람들. 돈을 많이 버는데 정해진 방법이 있다면 이미 다 벌만큼 벌었을 것이다. 사람은 자고로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고 믿기에 다 사기꾼처럼 느껴졌다. 본인이 벌만큼 벌고 여유가 있는데 굳이 힘들여 콘텐츠를 만들고 그 정보를 왜 공개할까? 그렇게 하면 본인의 몫이 줄어들 텐데. 남을 위하는 척하며 본인 이득을 챙기는 가식쟁이들.
그래 나는 불편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