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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하는 네가 부러웠어

나도 자퇴했었더라면

by ONicial Kes

나는 고등학교 시절 힙합 음악이 하고 싶었다. 처음 힙합을 알게 된 것이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 그 후로 음악에 빠졌다. 지금 힙합 음악을 생각해 보면 첫사랑 같은 존재였다. 처음으로 내가 애정을 갖고 찾아보고 챙겨보던 것이었다. 매일 학교 다녀와서 힙합 커뮤니티에 글을 보거나 새로운 음악을 찾으면 mp3에 넣고 방 안에서 음악을 듣는 것이 나의 하루의 전부였다. 이전까지는 나는 사실 좋아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마음 맞는 친구도 없고 공부에도 크게 뜻은 없었고 그냥 인생에 낙이 없었다. 그저 그렇게 보내는 하루에 유일한 탈출구였다.


그래서 현재 음악을 하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틀에 박힌 인생을 살며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다. 나는 그 시절에도 그냥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밖으로 가는 것이 무섭고 두려운 일이었다. 나에게는 그렇게 두려운 일에 한 친구는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 그 친구는 두려움을 잊은 채 아니 두려움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인지 그 시절에도 공연을 하고 기타를 쳤다. 장르는 다르지만 음악을 좋아했던 내가 할 수 있었던 반항은 야자를 째고 그 친구의 길거리를 공연을 본 것이 전부였다. 솔직히 그 공연이 멋지지는 않았다만 그 공연을 보며 그 친구가 부러웠다. 그리고 볼 때마다 어떻게 저런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실상 답이 정해져 있는 고민이었고 갑자기 음악을 한다는 게 쉽게 결정 내리지 어려웠다. 그 때나 지금이나 안 해본 걸 어떻게 시작하나 그리고 정말 좋아했다면 선택했겠지라는 말로 나를 괴롭히고 있다. 그렇게 음악은 내 앞의 문제에서 우선순위가 항상 애매하게 2~3순위로 자리매김하며 눈앞에서는 보이지만 당장 급하지 않은 문제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를 자퇴를 선택했다. 나는 그 친구와 친분은 없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그런 결정을 했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런 자신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나는 종종 그 친구를 꾀나 자주 떠올렸다. 내가 못한 일을 뭔가 해낸 사람처럼 부러워했다. 그때 그 친구가 도쿄지헨(東京事変) 노래를 좋아했고 나는 락에 관심은 없었지만 부러운 마음에 시이나 링고를 알고 동경사변 노래를 찾아들었다. 조난과 마루노우치 새디스틱은 아직도 여전히 듣고 있다. (여담이지만, 정말 예전에 좋은 음악이 많았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대학생쯤 되었을까 나는 우연찮게 어느 밴드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그 친구의 이름은 흔한 이름은 아니었기 때문에 눈에 금방 들어왔고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이름을 찾아보니 그 친구가 맞았다. 자퇴를 했던 그 친구는 음악상을 받을 정도의 반열에 올라있던 것이었다. 나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뭔가 돌이키지 못한 실수를 한 것 같았다. 나는 뭔가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들고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엄청 유명한 대중 가수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싱글을 냈고 차마 음악은 듣지 못했다. 이 글을 쓰면 찾아보니 다시 밴드 활동을 시작하려는 듯했다. 나는 여전히 그 친구를 부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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