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도 힘든 내색이 어려웠을까?
아비의 손가락을 잡으려는 네 손이 오동보동하구나.
강아지 발바닥마냥 폭신폭신한 게,
그 작은 것에 손가락이 아기자기 달려
용케 아비 손가락을 움켜 잡는구나.
굳은살 백힌 이 아비 손이
부끄럽지 않게 말이다.
내는 저 넓은 마당 있는 큰 집보다
이 여섯 간 남짓한 문간방이
남부럽지 않구나.
아비는 이제 무릎을 일으킨다.
끊임이 없다.
솔직히 나는 아버지와 사이가 그리 좋지 못하다. 더 솔직하게 아버지는 성격이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아버지니까 그냥 아버지니까 하고 이해 안 될 모습까지도 품고 살았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본인 뜻대로 안 되면 화만 내는 사람이었고 어머니에게 잘못한 게 많은 사람이었고 내가 보는 아버지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나이가 드니 본인께서도 깨달은 것이 있는지 화는 줄었다. 이런 아버지여도 아버지가 벌어온 돈으로 책을 사고 대학도 나왔다. 참 복잡하지만 아버지가 감정적으로 싫은 건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아버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버지 삶을 이해하는 것뿐이었다. 예전에 종종 아버지와 대화 속에서 아버지의 좌절을 느낀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한 곳에서 정말 오래 근무를 하면서 삶의 풍파를 겪어오신 듯했다. 특히, 그러려니 해라, 너무 따지지 말라, 좋게 좋게 가는 게 좋다는 말을 해왔다. 본인이 손해 보더라도 다른 사람과 갈등을 빛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셨다. 유일하게 아버지가 한 발 물러서고 약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아버지는 버티고 버텨 정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는 내가 사회인이 되어 엄격했던 아버지가 넘지 못했던 산은 무엇이었을지. 그 좌절감을 안고 사는 삶은 얼마나 고생스러웠을지. 겨우 어림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