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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Oct 19. 2020

나, 공채는 안될 것 같아.

그렇다고 포기한다는 말은 아니고

    하반기가 시작된지도 한 달이 넘게 지났다. 아직 서류 합격는 아직 깜깜무소식. 이럴 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쓰는 건 아닐 텐데. 코로나로 취업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어려운 건 어려운 것이고 나는 나대로 취업이 안돼서 고민에 빠졌다. 멘탈적으로 힘든 것은 맞지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뭐라고 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래도 취업이 안 되는 건 기업이 애달픈 나의 노력을 안 알아주고 나 역시 기업이 뭘 원하는지 모르고 헤매는 중이다. 참 나란 사람은 기업과 안 맞는 듯하다.

    

    상반기도 광탈탈탈을 맛보고 나는 사실 공채에 대한 미련을 조금 버렸다. 그래서 이렇게 글 쓸 여유가 있나 보다. 사실 상반기 결과(서류 3합, 면접 1합 2 탈)를 보면서 학벌, 스펙 모두 밀리는 나에겐 공채는 꿈같은 이야기로 확정 났다. 그렇다고 대학 때 놀고먹기만 하지는 않았는데 참 서럽다. 대외활동도 하고 사설 교육도 받고 자소서도 엄청 쓰고 학교에서 자소서 첨삭, 잇다에서 현직자 강의, 현직자가 자소서 첨삭까지 맡아주었지만 나의 발버둥은 허위로 끝났다. 1년 6개월 하고 나니까 아 이게 안 되는 걸 내가 하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능력적으로나 운명적으로나 합격에 미치지 못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이 결론을 나는 어렵게 정말 어렵게 받아들였다. 처음으로 현실의 벽을 느낀 순간이었다.


    내가 취업 세계에서 한참 후순위라는 사실을 혹은 내가 능력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납득하는 건 너무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이와 더불어, 내 노력이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린 것 같아 속상했다. 더 속상했던 사실은 주변에게 당당하지 못한 내 모습이었다. 선배, 후배, 동기, 친구, 친인척까지 정말 친하지 않고서야 만나는 게 부담스러웠다. 적당히 친한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졌고 정말 매일 연락하는 친구들만 대여섯 명이 남았다. 물론 이 친구들 만남에서도 나의 무직 신세는 마음의 짐이 되어 따라다녀 날 힘들게 했다. 


    이제는 조금은 많이 받아들이고 마음을 내려놓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상태가 계속되면 어쩌지 하고 걱정을 내려놓을 수가 없을 때가 있다. 너무 불안하고 나는 계속 뒤처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과 급류에 휩쓸려 허우적거리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이럴 땐 정신없이 뛰고 오거나 샤워를 하며 '나는 할 수 있다'를 조용히 그리고 계속 내뱉곤 한다. 물론 별 효과는 없었다.


    그렇게 화장실에서 내 허공의 말들이 떠돌아다닐 때 머릿속으로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어떻게 괜찮은 직장을 구할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다시 당당한 나로 거듭날 수 있는가. 나는 적어도 1년 반 동안 엎어지면서 실패에 대한 내성은 생겼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얻은 것은 내 좌우명을 얻었다. 첫 번째, 실패했다면 다르게 해 볼 것 두 번째, 빠르게 실행할 것 마지막으로, 영리하게 처리할 것. 그동안 나는 어찌 보면 멍청했다. 성공하리라고 보장이 없는 곳에서 남들 가는 길에 똑같이 가면서 안심하고 있었고 그저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는 다른 방법을 쓸 차례가 왔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나는 난생처음 포트폴리오를 만들기로 했다. 순간 공채를 기다렸던 것과 달리 능동적으로 구직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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