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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Nov 13. 2020

드라마 같은 취업을 꿈꿨다

짧게 하루 동안 행복하고 불안하게 길었던 일주일

    몇 주전 나에게 꽤나 흥미로운 일이 생겼었다.   


이름과 개인정보는 지웠습니다.


    와이즐리 입사를 희망해서 이것저것 조사하던 중 최근 발생한 이슈에 대한 분석글 2편을 남겼다. 그리고 우연하게 와이즐리 마케터 분이 나의 글에 라이킷을 눌러주셨고 나는 기회다 싶어 마케터분에게 입사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답장으로 위에 메일이 나를 반겼다. 매우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보았고 내 글을 공유했다는 점에 놀라고 또 놀라웠다.


    사실 와이즐리에 오래전부터 들어가고 싶었지만 자격요건에 충분한 지원자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걱정하는 부분은 실무 경력이 없다는 점이다. 학부시절 인턴 기회를 잡지 못했었고 어필할 것은 내 학교 생활 교내 프로젝트와 공모전 참가 기록 정도였다. 그리고 대외활동과 마케팅 교육 프로그램 이수, 마지막으로 나의 인성과 열정이 전부였다. 그래서 18년도부터 회사를 알았지만 스타트업 기업상 각 개인의 역량이 크게 중요하다는 것도 알기에 그냥 접어두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래도 내 글을 공유해볼 정도면 내가 내는 의견들이 하나의 옵션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둘러 이전에 만들어 놓은 포트폴리오와 자소서를 보냈고 추가로 간단한 이력서를 보냈다. 이 날 하루만큼은 즐거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다. 근데 막상 보내고 나니 오히려 걱정이 생겼다. 와이즐리 채용 홈페이지에 있는 현직자들의 스펙들이 날 작아지게 만들었다. 그 분과 비교해서 비루한 내 스펙이 내 자존을 야금야금 먹어갔고 헛된 기대감을 갖는 생각도 크게 들어 머리가 아팠다. 지난 취업 경쟁을 돌이켜보았을 때 경험상 난 또 떨어지는 게 정답으로 나왔다. 그럼에도 한 편으로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혼자서 이런 질문이 들어오면 이렇게 대답해야지 이런 프로모션을 하면 괜찮을 텐데 궁리하며 혼자서 스파링을 했다.


    불안감 속에 면접 준비를 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인사팀에서는 답이 없었다. 이때쯤 어느 정도 체념하고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먼저 인사팀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5시쯤 전화벨이 울리고 인사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래도 일말의 기대감이 있어서 기쁘게 전화를 받았지만 역시 내 예상과 틀리지 않았다. 전화상으로 담담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마음속에서 밀려오는 실망감을 감추긴 어려웠다. 


    브랜드에 많이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해서 유선으로 연락드리게 되었다는 말, 채용 니즈가 없고 T.O가 없다는 말, 인턴도 최근에 뽑아서 자리가 없다는 말, 제대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인턴을 뽑게 된다면 개인적으로 연락드리겠다는 말들이 들려왔다. 모두 다 이해할 수 있는 말이지만 나를 거절하는 말들을 쏟아내자 어떻게 대답을 해야하는지 한참 생각했다. 결국, 거의 아... 만 반복하다 전화를 끊고 나서 이럴거면 일찍이라도 연락 주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나의 허탈함이 너무 인사팀에게 고스란히 드러나서 혼자 머쓱했다. 뭐가 부족한 걸까 어떻게 채우지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내가 많이 부족한 탓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겨우 멈춰 섰다. 뭔가 구질구질해 보일 것 같아서 이것저것 따로 물어보지도 못했는데 이왕 전화하는 거 궁금한거 물어볼 껄하고 후회했다. 


    비록 면접도 못보고 결과가 좋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기업이 정해준 시스템에 따라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정확한 이유도 알 수 없이 똑같은 멘트로 메일로 불합격 소식을 접했던 경험보다는 나았다. 능동적으로 채용 시장에 도전하고 내가 가고 싶은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이뤄낸 첫 성과라고도 볼 수 있다. 적어도 나는 이 경험으로 이전보다 한 발자국 정도는 나아간 것 같다. 물론 앞으로 몇 발자국 혹은 몇 Km를 더 가야지 좋은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끝이 안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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