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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Mar 26. 2021

더블린을 떠나면서(8)

골웨이(Galway)로 향하는 또 하나의 힘든 여정



정사각형의 작은 방에서 10여 일을 보냈고 이제는 떠날 채비를 마쳤다. 옆 방에는 독일 노인 남매가 새로 들어왔다. 참 신기한 게 두 분 다 70세가 넘으셨는데 자동차를 타고 유럽 여행을 하고 계셨다. 딱 한 번 주방에서 봤는데 가볍게 굿모닝을 하자 허허 웃으셨다. 왜 웃었던 거지..? 사실 구텐탁 하려다가 말았다. 여하튼 마지막 날 저녁은 수잔과 이야기를 길게 나누었다. 전쟁 때문에 배우지 못했던 수잔의 아쉬움과 앞으로도 무엇인가 계속 배우고 싶다는 배움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아일랜드는 한국과 비슷한 면이 있는데 영국의 식민지였고 아직도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이다. 물론 우리는 이념에 의해서 갈라졌다면 여기는 종교에 의해서 갈라졌다.



수잔은 내가 좀 웃기게 표정을 지우니 한 참을 웃으셨고 개인적으로 나의 사진을 남겨두고 싶다며 나를 찍었다. 나는 다음날 일찍 나가야 하기에 아마 못 볼 것 같다며 미리 작별인사를 하고 가볍게 포옹을 했다.



이 소파에 항상 수잔은 앉아서 신문을 봤다.



항상 배고팠던 식탁.... 나는 저 사과주스를 엄청 먹었다. 아니 저 빵 하나로 배가 차겠냐고!



정든 이 집을 떠났고 저기 긴 창문이 있는 방이 내방이었다. 새벽에 나서는데 비가 와서 난감했다. 나는 더블린 시내로 가서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골웨이는 더블린과 정 반대쪽 끝에 있어 4시간? 정도는 버스 타고 갔던 것 같다.



해가 떠오르는 더블린 시내는 아름다웠다. 그리고 서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기가 맑았다. 아일랜드 자체가 공업이 발달하지 않아서 훨씬 공기가 좋았다. 사실 그렇게 잘 사는 나라가 아닌데 주요 산업도 딱히 없다. 관광업이라고 하기엔 이탈리아, 스페인에 비하면 좀...



바다와 가까이 있어서 그런지 갈매기 같은 새가 도시 전역에 있었다. 여기서부터 나의 고난이 또 시작되는데 아일랜드 버스 체계를 모르다 보니 정말 많이 헤맸다. 물어봐도 퉁명스럽게 그냥 저기서 기다리라고만 하고 정말 답답했다. 결국 나 모르게 버스를 놓치고 다음 버스를 타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은 행여 놓칠까 정말 초 긴장 상태. 기억에 남는 건 터미널이 깨끗했다는 것. 하여간 버스를 놓쳐서 호스트에게 좀 늦을 것 같다고 말을 전했는데 스페인 커플이었던 호스트는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게 심심해서 동전을 털어 하리보를 샀다. 나는 하리보를 좋아하는데 지금도 하리보를 먹으며 글을 쓰고 있다. 아빠는 나이 먹고 그런 걸 먹냐고 하신다.



이번에 묵을 집은 아파트인데 복도식 아파트로 뭐 로비가 크고 복도가 개방형?이라고 해야 하나 거의 비슷한데 좀 다르다. 스페인 여자 호스트는 44번 방이라고 말해주고 열쇠 하나를 주었다. 뭐 이것저것 말해주고 나는 음식 먹을 곳 하나 추천해 달라고 했고 여러 군데 말해줬다. 그리고 나는 좀 쉬고 싶은데 자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서 좀 피곤했다. 죄송합니다; 오느라 고생을 좀 했거든요. 



당일은 그냥 골웨이 주변을 둘러봤다. 스페인 음식점과 중국 음식점을 추천했는데 스페인 음식점은 생각보다 비싸서 중국 음식점을 갔다.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생각보다 맛있었던 것 같다. 참고로 여기서는 중국 음식만 먹었다. 



여긴 지하상가도 있었다. 



여기서 보기엔 도시 같지만 여기 뒤로는 완전 시골이다. 건물도 뜨문뜨문 있고.



무엇보다 완전 항구도시라서 바다가 바로 앞에 있었다. 더블린은 좀 많이 걸어야 있었지만 여긴 바로 집 앞에 바다가 있었다. 근데 특이하게 그 한국 바다의 바다 비린내가 안 났다.



야경을 즐기느라 바빴다. 여기서 정말 아름다운 사진을 많이 찍었다.



어찌 보면 뭔가 슬럼가 같다.



식사는 빵만 엄청 주었는데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아니 적어도 데워줘야지....! 정말 이때쯤이 아니라 아일랜드 도착 2~3일 만에 매운맛이 너무 그리웠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빵뿐이고 한국식 매운맛은 찾을 수 없었다. 다음은 이니스프리! 화장품 이니스프리 말고 이 이름의 기원이 되는 호수를 다녀왔다. 내 인생의 호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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