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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Apr 21. 2021

내 인생 최고의 여행지, 이니스프리(10)

최고의 순간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


 골웨이에서 4일을 보내는 내내 정말 날씨가 안 좋았다. 원체 영국부터 아일랜드까지 날씨 안 좋기로 유명해서 좋은 날씨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여행 내내 막상 흐린 날씨를 보니 나가고 싶은 에너지가 급감했다. 전날 모허의 절벽에서 비 맞으면서 관광을 한 탓에 지치기도 많이 지친 상태였고 게다가 고맙게도 빗소리가 창문을 세차게 뚜드려 아침 일찍 일어나 피곤함은 배가 되었다. 진짜 쉴까 아니면 아일랜드 와서까지 뒹구는 건 아쉬우니 나갈까를 30분 정도 고민하다가 결국 후자를 택했다. 목적지는 저 멀리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또 다른 지방인 슬라이고라는 곳이다. 이 곳은 노벨 문학상을 탄 예이츠의 고향이기도 하고 내가 찾아갈 이니스프리라는 섬이 있는 곳이다. 맞다. 그 화장품 이니스프리의 이름의 어원이 되는 장소이다. 진짜 갑자기 8시 30분까지 고민만 하다가 바로 버스 예매하고 9시까지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참 이 때도 몰랐지만 항상 타지 여행을 쉽지 않다는 것을 예상치 못했고 역시나 이번 여정도 순조롭지 않았다.



다행히 골웨이를 벗어나서 내륙으로 가자 조금 날씨가 개었다. 정말 깨끗한 하늘에 맑은 구름 창가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봤다.



마음 같아서는 버스에 내려 들판에 누워있고 싶었지만 정말 로컬로 들어와서 무섭기도 했다. 사실 슬라이고가 별로 유명하기 않기에 그렇게 많이 찾는 관광지는 아니다. 구글에서 찾으면 나오 긴 나오지만 아마 간 한국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버스 밖으로는 정말 아무것도 없고 난데없이 집 하나씩이 나오는데 여기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사는지 궁금했다. 이 당시 취준을 앞두고 있어서 먹고사는 문제에 몰두해서 이런 생각만 가득했다. 주변에 시내도 안 보이고 농사를 짓는 것 같지도 않고 문명의 이기가 닿지 않을 곳이라고 해야 하나 게다가 사람도 못 만나면 외로울 텐데. 별의별 생각이 들었지만 이 모든 것을 떨치고 살 수 있다면 최적의 장소라고 귀결됐다.



2시간인가 3시간에 걸쳐 슬라이고에 도착했다. 이상하게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우스 오브 왁스의 마을 모습 같다고 할까나. 눈에 띄는 것은 강이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었다. 근데 강 치고 파도가 심하게 쳐서 인공천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강 바로 앞에 음식점 혹은 가정집이 있어서 한국과 참 환경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강이고 자시고 일단 배고파서 큰 마음을 먹고 한 번 더 돈을 지르기로 했다. 매번 빵 쪼가리로 끼니를 때웠더니 힘들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돌아가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시간이 촉박했다. 한국이면 저녁 늦게 돌아다녀도 상관없지만 아일랜드는 6시면 온통 깜깜해지기에 조금 무섭다.



지도를 보고 지금 생각하면 내가 어떻게 아일랜드를 횡단하면서 여행했는지 신기하다. 이 음식점은 이탈리아 음식을 하는 걸로 기억하고 평점이 높아서 굉장히 기대했지만... 먹지 못할 만큼 음식이 짰다.



내가 파인애플을 좋아해서... 무슨 세트를 시켰는데 음료로 나왔다.



식전 빵과 수프인데 원래 이런 초록 초록한 수프는 그동안 멀리했지만 맛을 보니 생각 외로 맛있어서 그릇을 비웠다.



문제의 닭? 돼지? 요리였다. 와 살다 살다 이렇게 짤 수는 없다. 반도 못 먹고 두고 나왔다. 주방장이 좋았냐고 물어봤는데 좋았지만 고기가 너무 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외국에서도 할 말은 하고 삼...!



밥을 먹고 나니 이제 저기까지 가는 문제를 생각해야 했다. 근데 이렇게 까지 안 멀었던 것 같은데 지도로 보니 굉장히 멀어 보인다.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는 글을 보았지만 나는 돈을 아끼자는 마음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힘겹네 도착한 길 호. 내가 이 여행지가 가장 좋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어디서도 느낄 수 없었던 적막함을 느낄 수 있어서였다. 나는 적막함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지만 느껴본 적은 없었다. 아마 사막에 사는 사람들이 눈이라는 개념은 알고 있지만 실제로 본 적이 없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하나.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소리 없는 곳을 찾기란 힘들다. 내가 일부로 오지를 가지 않는 이상 차 지나가는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등 도처에 소리가 있다. 이 호수 위에는 사람들이 사는 타운이 바로 근처인데 정말 조용하다. 우리 집 앞에도 이런 조용한 호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후부터는 호수 감상 타임.



호수 주변에는 새들이 정말 많았다.



귀여운 오리들



아마 저 작은 섬이 이니스프리였던 것 같다.



사진은 잘 찍지 못했지만 정말 이 순간이 그립다.



이렇게 한적한 도시에 산다면 얼마나 평화로울까.



최근에 비가 온 탓인지 산책로가 물웅덩이로 끊겨 있었다. 하지만, 젖는 것을 무릅쓰고 호수 주변 산책로를 돌았다.



그리고 다시 벤치로 돌아와 앉아있었는데 고니? 한 마리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아마 먹을 것을 줄 것이라고 예상한 듯하다. 마치 이 새는 사람에 익숙하고 강아치처럼 행동했다. 이렇게 가까이서 큰 새를 본 것도 처음이라 매우 신기했다.



 아마 이 곳을 상징하는 비석인 듯하다. 여기서 가장 많은 사진을 찍었다. 아침에 이 곳을 방문할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안 왔으면 매우 큰 추억을 만들지 못할 뻔했다. 항상 어디 가는 것을 귀찮아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버스정류장부터는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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