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척하는 게 더 힘든 날

by 게으른루틴

토요일.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날,

이불속에서 조금 더 버틸 수 있는 날.


출근은 없었지만

아침부터 마음은 무거웠다.

명확한 이유는 없었는데

괜히 불안했고,

괜히 외로웠다.


가족들과 밥을 먹고,

그동안 못 본 웹소설을 몰아보고,

SNS를 훑으며 시간을 보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주말 같았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자꾸만 울컥했다.

그런데 그 감정을

누구에게도 내보일 수 없었다.

주말에 이런 기분이라 말하면

‘무슨 일이 있었어?’라고 묻겠지.

‘쉬는 날인데 왜 그래?’라는 말이 돌아오겠지.


그래서 그냥

아무 일 없는 척을 했다.

멀쩡한 척.

문제없는 척.


아무도 몰랐겠지만

사실 오늘 나는

버티고 있었다.


주말이면 조금은 나아질 줄 알았던 마음은

여전히 제자리였고

조금은 풀릴 줄 알았던 감정은

더 조용히 안으로 숨어버렸다.


그래서 오늘,

아무 일 없었던 척했던 내 마음을

기록으로라도 남겨두고 싶었다.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쓴 것도

충분히 잘한 거라고

지금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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