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녁 뭐 먹지?’
이 질문이 너무 자주 찾아오는 날은
대체로 피곤한 날이다.
머리는 이미 퇴근했고,
손은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다가
결국 핸드폰을 들게 된다.
그리고 그 익숙한 배달앱 아이콘을 누르려다
문득 깨달았다.
며칠 전, 나 스스로 지워버린 것이었다는 걸.
그날 나는 ‘이번 달 지출 너무 많다’는 생각에,
다이어트니 건강이니 핑계를 붙여가며
배달앱을 삭제했다.
괜히 의지가 생긴 것처럼 폼을 잡고,
마트에서 장도 조금 봤다.
냉동실에 쟁여둔 식재료를 보며
"이걸로 일주일은 충분하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아무리 냉동실을 열어봐도 요리할 마음이 들지 않았고,
그 어떤 음식 사진도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구글스토어를 열고 ‘배달’이라고 쳤다.
그래, 나는 오늘도 스스로와의 약속을 깨고야 말았다.
그런데 신기한 건, 다시 설치한 배달앱을 켜고
몇 분을 넘기지 못했다는 거다.
수많은 음식 사진과 배너, 혜택이
정신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이걸 주문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결국 오늘은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꺼내 렌지에 돌렸다.
편의점 삼각김밥을 먹었을 뿐이지만,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지웠다가 다시 깔았다가, 다시 지워야 하나?’
결국 난 또 배달앱을 삭제했다.
내일은 또 어떤 마음일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잘 참았다고,
나에게 작은 박수를 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