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거실과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이는 태평양 사이에는 투명한 통유리가 있다. 해무와 바닷바람, 간간이 내리는 비에도 불구하고 늘 얼마나 깨끗하게 닦여있는지 매년 지불하는 관리비가 전혀 아깝지 않다. 특수 제작된 스테인리스 프레임의 가느다란 선과 중간중간 얇게 드리운 리넨 커튼이 없었다면 이곳에 오는 손님들은 (심지어 주인인 나 조차도) 수십 번 이마를 부딪쳤을 것이다.
실제로 몇 주 전 테이블에 남아있던 음식을 보고 달려들던 물새 한 마리가 창문에 머리를 부딪쳐 기절한 일이 있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새가 밤새 마음에 걸렸다. 다음 날 아침 묻어주러 밖에 나가보니 새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살짝 기절했다가 밤 사이 정신을 차리고 날아간 것인지 어슬렁 거리던 야생 너구리에게 물려 간 것인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그날 이후로 나는 집 앞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고 들어올 때마다 새가 떨어져 있던 자리를 흘깃 보며 ‘Peace be with you’라고 마음속으로 속삭인다. 어디에 있든 평화롭길.
우리 집은 타운하우스 내에 있다. 골프장을 낀 숲을 바라보는 북동쪽 뷰와 프라이빗 비치를 낀 남서쪽 뷰 중 나는 바다를 선택했다. 어떤 방향의 집이든 다 장단점이 있으며 이 동네 사람들은 바다 뷰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고 부동산 에이전트가 말했다. 매일 저녁, 초록 바다를 물들이는 붉은 노을. 그 경이롭고 아름다운 광경에 어떻게 집착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들은 늘 천국에 살아서, 이곳이 천국인지 모르는 것일까?
심지어 몇몇 집은 바다 쪽으로 난 창에 야자수를 빽빽하게 심거나 거대한 차양막을 설치하기도 했다. 내가 밖을 보는 것보다, 외부에서 내 사생활을 보지 못 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들인가 보다.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해가 쨍한 낮에는 밖이 더 환해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고, 밤에는 비치에 사람이 없으니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정 신경이 쓰이면 새도 보호할 겸 안에서는 밖이 보이고,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 특수 유리를 설치하면 그만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돈 계산을 하지 않고 살게 되었을까? 그것이 늘 신기하고 감사하다. 나는 석유곤로에 물을 끓인 후 찬물과 섞어, 시멘트 바닥으로 된 물부엌 한 귀퉁이에서 머리를 감아야 하는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옥상을 개조해 방으로 만든 집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고, 주민등록 초본이 책 한 권이 되도록 이사를 다니며 더 좋은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애썼다.
미래가 불안한 가운데서도 행복한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상상력 때문이다. 나는 종종 눈을 감고, 살고 싶은 집과 그 안에서 하루를 보내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자고 나면 잊히는 두루뭉술한 꿈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으로 그 모습을 떠올린다.
언젠가 내 집이 될 곳에 서 있는 나. 부드럽고 따뜻한 마룻바닥의 감촉, 목덜미를 감싸는 태양의 기운을 느끼며 아침 명상을 하고, 깨끗한 유리컵에 담긴 물 한잔을 손에 들고 먼바다 거품 속 고래의 흔적을 찾는 내 모습. 그러다 문득, 나에게 주어진 삶이 너무 감사해서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는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기분 좋은 인사에 뒤를 돌아보니, 직원들이 바닥에 요가 매트를 깔며 환하게 웃고 있다. 출장 올 때마다 내 집에 묵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다. 요가 강사로 일하고 있는 직원의 지시어에 따라 우리는 아침 바다를 마주하고 몸과 마음을 정돈한다. 요가를 마치면 따뜻한 야채 수프에 빵을 먹으며 간단한 회의를 할 것이다. 내년에 제주도에서 개최할 명상, 요가, 웰빙 리트리트의 프로그램에 관한 회의다. 우리는 이 행사에 오프라 윈프리와 디팍 초프라도 초대할 예정이다.
7년 전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을 상상하고 글로 써두었다. 미래의 모습을 떠올리며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이미 그곳에 가 있는 듯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가슴은 기쁨으로 가득 차고 손가락엔 부드럽고 섬세한 전기가 흐른다. (감정은 생각이 아니라 몸의 반응이다.) 상상과 감정이 일치를 이루는 순간.
그 순간이 오면 나는 언제나 느낄 수 있었다. 나를 둘러싼 우주가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무한한 다중 우주 속에서 내가 골라잡은 그곳으로 내 운명이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믿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나는 그저 알 수 있었다. 내가 꿈꾸던 것들은 그렇게, 늘 하나도 빠짐없이 이루어졌으니까.
7년 후
나는
하와이에 있는 내 집에 앉아
이 글을 읽으며
지금 이 순간을
회상하게 될 것이다.
“이것 봐. 내가 말했지? 하나도 빠짐없이 이루어진다니까.”
하고 조용히 마음으로 속삭이면서.
새가 머리를 부딪치지 않도록
먹고 남은 음식은 바로바로 냉장고에 넣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