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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희 Sep 16. 2022

6개월 동안 두 권 팔린 책을 쓴 작가이야기

작가가 되고 싶은 한 소년이 있었다. 그의 마음은 한결같아서 열일곱 살이 될 때 까지도 작가를 꿈꾸었다. 부모님은 어찌할 줄 몰랐다. 1950년대 당시 브라질에서 작가나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말은 거지가 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아들을 어떻게든 바로 잡아야 했기에, 그들은 아들을 정신 병원에 입원시켰다. 소년은 세 번이나 탈출을 시도했지만 매번 다시 잡혀 들어갔다.


스무 살이 되던 해 그는 결국 부모님의 바람대로 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들이 자신을 정신병원에 집어넣은 것은 아들을 해치려는 것이 아닌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대신 1년 후 대학을 중퇴했다. 히피가 되어 세상을 떠돌았다. 그 후 작사가, 음반제작자로 활동하며 돈도 벌고 결혼도 했다. 몇 권의 책도 썼다.


하지만 그의 꿈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글쓰는 일에만 전념하는 진짜 작가가 되고 싶었다. 음반제작자로 승승장구하던 직장에서 영문도 모른 채 잘렸을 때 그는 그것이 하늘의 계시라고 믿었다. 곧바로 스페인으로 가서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걸었다. 그는 길 위에서 영혼이 깨어나는 것을 느꼈고, 돌아온 직후 자전적 소설을 썼다. 제목은 The Pilgrimage (순례자들)


다음 해, 그는 또 한 편의 소설을 (놀랍게도) 2주 만에 썼다. 마치 자신이 아니라 어느 신성한 존재가 자신을 빌러 글을 쓴 느낌이었다. 그는 소설이 크게 성공할 것이라 믿었다. 첫 번째 책이 꽤 팔렸기 때문에, 출판사도 흔쾌히 출간에 동의했다. 하지만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해 초판을 900부만 발행했다. 인쇄된 책들은 브라질 북동부의 서점으로 배포되었다.


배포가 시작된 첫날, 출판사 사장이 흥분한 목소리로 그에게 전화했다. "벌써 한 권이 팔렸대요." 그는 잔뜩 기대했다. 하지만 두 번째 책이 팔렸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은 그로부터 6개월 뒤였다. 첫번째 책을 산 남자가 두 번째 책도 사갔다고 했다.


초판을 겨우 소진한 뒤 출판사는 계약을 해지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40대가 되었고 작가로서의 성공이 간절했던 그는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당신이 무언가를 원한다면, 모든 우주가 협력해 너를 도울 것이다."라고 내가 직접 책에 쓰지 않았던가. 그는 무작정 브라질의 한 대형 출판사를 찾아갔고, 사정을 설명했다. "이 책은 훌륭하지만 잘 안 팔렸어요. 다시 한번 출간해 주세요."


놀랍게도 첫번째 시도만에 재출간에 성공했다. 3년 후, 이 책은 브라질에서 50만 부가 팔려나간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미국인 여행자의 도움으로 1993년, 영어로 번역됐다. 영어판은 또다시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됐다. 이 책은 미국에서 한 주간 가장 많이 팔린 책을 소개하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300주 이상 등재됐고, 현재까지 650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벌써 알아차린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것은 세계적인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이야기다. 6개월 동안 두 권이 팔렸지만 지금은 전 세계의 영적 고전이 되어버린 그의 책 제목은 연금술사 (The Alchemist)다.  




오늘 아침 산책을 하며, 오프라 윈프리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슈퍼 소울 선데이'를 들었다. 위 스토리는 오프라와의 인터뷰에서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직접 들려준 이야기다.


훗날 코엘료는 실패한 책을 재출간하도록 도와준 출판사 사장에게 물었다고 한다. "왜 그때 이미 망한 책을 출간하겠다는 (이상한) 결정을 하셨어요?" 사장의 대답은 간단했다. "나도 몰라요."


코엘료는 말한다."누구에게나 신화가 존재합니다. 그 신화는 우리를 적절한 때와 적절한 사람에게로 이끌어주죠."


오늘 아침, 한 작가님이 내 글에 댓글을 남겨주셨다.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책을 쓰신 이청안님이다. 제목이 정말 선물처럼 내 마음에 날아들었다. 이 아름다운 제목과 코엘료 님의 스토리가 어우러져 오늘 아침, 마음에 환하게 불이 켜지는 듯 했다.


'그렇지. 누구에게나 가장 빛나는 순간이 오지. 그 순간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포기할 필요가 없어. 나의 신화는 결국 가장 적절한 때에 적절한 방법으로 빛을 발하게 될거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밤 잠을 설치시는 분들께

이 이야기와 나의 혼잣말을 나누고 싶었다.



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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