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Super Soul M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연희 Sep 24. 2022

머리로는 되지만, 가슴으로는 안되는 일

이런 얘기, 읽는 사람은 지루하겠지만…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필요한 몇몇 사람을 위해 꼭 기록해 두고 싶어 책을 읽다말고 옮겨 적는다.


아래는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라마의 말이다.


“불교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비이고, 다른 하나는 상호 연관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나는 늘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사람과 행동을 구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우리는 나쁜 행동에는 반대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행동을 한 사람까지 적으로 몰아서는 안 됩니다.


그는 그 행동 뒤에 다르게 행동할 수도 있고, 그러면 우리의 친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중국은 우리의 적이지만, 내일은 친구가 될 가능성이 언제나 열려 있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중국인들이 내 나라와 국민들에게 행한 일들에도 불구하고 별 어려움 없이 그들을 용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글이 실린 책 <용서>는 중국계 미국인 빅터첸이 달라이라마와 나눈 대화와 일화를 담은 기록서이다.


중국인들은 티베트를 점령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티베트인들을 죽이고 고문하고 파괴했다.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을 무참히 학살한 중국인들에게 깊은 원한을 품는다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저자 빅터첸이 여행길에서 만난 티베트인들은 놀랍게도 중국인에게조차 기꺼이 친절을 베풀고 가식없이 환한 웃음을 보여줬다고 한다. 그들은 불교의 가르침인 자비와 연민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소리내어 천천히 읽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나는 과연 나와 내 가족에게 나쁜 짓을 한 사람을 기꺼이 용서할 수 있을까? 적에 대한 용서는 둘째치고, 사소한 것으로도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마음을 품지 않았나. 속사정을 헤아리려는 노력도 없이 남을 험담하며 나의 잘난 자의식에 물을 주고 있지는 않았던가.


명상을 하면서 사람들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한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오직 내 마음이 편할 때. 나와 큰 상관이 없는 일일때로 국한된 - ‘조건부 자비’였던 것 같다. ‘조건부 자비’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 <용서>를 몇 년전에 읽었다면, 아마 뻔하고 진부한 먼나라의 이야기로 치부하며 금새 덮어 버렸을거다. 하지만 지금은 한장 한장 넘길 때 마다 마음의 큰 울림이 일어난다.


인생의 스승은 영혼의 단계에 따라 적절한 때에 적절한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


용서

이해

관용



- 리즈 -


P.S. 술술 읽히는 글로 번역해주신 류시화 님 감사합니다. 잘 읽히는 번역서가 (특히 영성에 관련된 책은) 흔치 않은데 류시화님이 번역한 책은 믿고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돈 안되는 일을 주업으로 삼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