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작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겠다거나, 훌륭한 작품을 쓰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그냥 매일매일 쓰는 사람이 되자고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해야 할 일들이 자꾸만 눈에 먼저 들어온다. ’ 이것만 후딱 처리하고 글을 써야지 ‘ 하며, 일을 하다 보면 금세 하루가 저문다.
그렇게, 마음먹었던 글을 한 줄도 쓰지 못 한채 또 한 주가 흘러갔다. ‘시간은 무한하다, 조바심을 내지 말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나는 나의 일을 사랑한다. 일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고, 보람도 느낀다. 하지만, 글 쓰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싶다는 욕망은 늘 내려가지 않는 체기처럼 가슴 한 구석에 얹혀있다.
돈 버는 일이 주업이고 돈 안 되는 일은 취미라고 생각하며 자꾸만 뒤로 미루는 대신, 어찌 됐든 하고 싶은 일을 주업으로 삼아 먼저 하고 남는 시간에 돈 버는 일을 하면 어떻게 될까? 인생 망할까?
그 질문에 대한 내 영혼의 대답은 늘 같았다. 계산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라고. 그리고, 남는 시간에 돈 버는 일을 하라고. 그게 바로 너의 꽃을 피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길이라고.
그럼 잘난척하는 나의 에고가 발끈해서 이렇게 소리친다. ‘말이 쉽지! 네가 벌여놓은 일들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생각해 봐. 일은 숭고한 거야. 그렇게 글을 쓰고 싶다면 남들 잘 때 써. 일찍 일어나서 쓰던가.‘
결국 나는 쓰리잡을 뛰고 잠을 쪼개가며 글을 쓰는 작가들을 떠올리며, 나 자신에게 훈계한다. ‘좀 더 부지런해지면 되잖아. 네 열정이 충분치 않아서 안 쓰는 거야. 상황 탓할게 아니라고.‘
사실 나는 이미 하루를 꽉 채워서 살고 있다. 먹고, 자고, 일하고, 한 시간 산책하고, 아이들과 식사를 챙기고, 집안 살림을 하다 보면 오밤중이 되기 일쑤다. 집안일은 남편이 많이 도와주지만, 어디까지나 도와주는 것일 뿐 내가 신경을 안 써도 될 정도로 내 일이 아닌 것은 아니다. 얼마 안 되는 남는 시간동안 명상이나 독서를 한다.
일 하는 시간을 줄이지 않으면, 잠, 산책, 명상과 독서와 같은 나를 버티게 해 주는 것들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건 장기적으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스스로를 혹독하게 몰아붙이며 그렇게 하라고 얘기해왔다. 당장 돈이 안 되는 일을 꼭 하고 싶다면, 네 살을 깎아서 하라고. 그게 네 열정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오늘 나는 처음으로
나의 에고에게
No!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고,
해야 하는 일을 나중에 하겠다고.
이제 그만
선언하고 싶다.
- 리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