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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희 Nov 24. 2022

죽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사는게 가벼워져.

해가 갈수록 축의금보다 조의금을 낼 일이 많아진다. 나도 점점 탄생과 출발보다 인생의 마무리와 가까워지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40대 중반에 접하는 지인의 부고 소식은 대체로 급작스럽다. 다들 장례식장에 모여 ‘어쩌면 이렇게 허무하게 갈 수 있는지’ 토로할 수밖에 없는 종류의 죽음.



우리는 생전의 고인을 추억하며 인생이 참 허무하고, 별거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한바탕 작별의 의식을 치르고 나면 각자의 자리로 돌아와 재빨리 죽음을 눈에 띄지 않는 구석으로 밀어버린다. 산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또다시 집착과 고민과 걱정을 시작한다.



나 역시 그렇다. 사는 거 참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습관처럼 심각해진다. 그럴 때마다 꺼내서 천천히 여러 번 읽는 문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임종의 자리에 누워 외부의 모든 것이 떨어져 나갈 때에야 비로소 이 세상 어떤 것도 자신의 존재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죽음이 가까워지면 소유라는 개념 자체가 궁극적으로 완전히 무의미한 것임이 드러난다.

- 에크하르트 톨레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중에서 -



우리가 스스로의 가치를 보여주는 징표라고 믿으며 추구하는 것들 - 부와 명예, 지위, 업적, 외모, 실력, 타인의 평가 등은 죽음과 동시에 한순간에 사라지는 허상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만... 이름이 남은 것을 알아차릴 내가 사라지고 없다면 그 역시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허무주의자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누구나 죽는다.'라는 사실을 떠올릴 때 가장 마음이 가볍고 말랑해진다. 심각했던 일들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이것저것 따지던 마음이 간결하게 정리된다.



어차피 다 죽는데, 욕먹으면 어떻고, 우습게 보이면 어떤가? 멋진 사람이나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으면 또 어떤가? 좀 더 많이 웃고, 사랑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뭐란 말인가? 이런 생각이 들며 기분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다.



부지불식간의 죽음처럼, '누구도 미래를 가늠할 수 없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결정을 내리기도 쉬워진다. 앞뒤를 재거나 상황을 분석하기 보다, 단순하게 마음이 편한 쪽을 선택하면 된다.



지난주에 제주에 갔다가, 평소 존경하던 요가 선생님을 만났다. 그분이 하신 말씀이 자꾸 귓가를 맴돈다.



"사실 다 내 맘 편하자고 하는 짓이야. 누군가를 위해 내가 희생했다고 생각하지만, 가만히 따져봐. 그것도 결국 내 맘 편하자고 스스로 선택한 짓이라고. 욕먹기 싫어서 든, 내 양심을 따른 것이든 다 내 맘 편하려고 한 짓. 그니까, 알아주기 바라지 말고 누구 탓하지도 말아야 해.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돼. 자기 인생은 자기 맘대로 사는 거야."





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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