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눈과 입을 다물고 숨을 쉬며 한동안 고요히 앉아 있는 것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서거나 누워도 된다.) 그야말로 그뿐이다. 그 상태로 1분을 앉아 있어도 좋고, 5분을 앉아 있어도 좋다. 절 방석에 앉아 가부좌를 틀지 않아도 좋다. 책상이나 식탁 의자에 앉아 그대로 눈을 감고, 코로 들어오고 나가는 호흡을 세며 몇 분간이라도 앉아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명상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명상을 큰맘 먹고 해야 하는 등산이라도 되는 양 어려워한다. "나는 그런 타입이 아니야." "나중에, 언젠가 해 볼게.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 "명상 말고 다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없을까?"라며 명상 자체를 불편해한다.
어쩌면 오해 때문일 수도 있다. 명상은 어렵고 진지하고 세상을 등진 사람들이나 하는 수련법이라는 오해 말이다. 특별한 호흡법을 따라야 하고, 장시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어야 하고, 뜻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주문을 외워야 하는 등등... 뭔가 나 답지 않은 짓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있을 수 있다. 명상을 배워보겠다고 했다가, 사이비 비스름한 종교 집단에 빠지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는 사람도 있다.
사실 명상이라는 행위 자체가 고대 인도 베다 전통에서 유래된 것이기 때문에, 깊게 파고들면 다양한 산스크리트어를 접하게 된다. 요즘 이효리 씨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정통 하타요가에서 포즈를 지시하는 용어로 산스크리트어를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장가사나, 살람바시르방가사나, 프라나야마, 차크라 등등.
암튼, 우리가 기도를 하는데 꼭 교회를 가거나, 주기도문을 히브리어로 낭송해야 하는 게 아니듯, 명상을 꼭 어디 가서 배우거나 정해진 호흡법을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언젠가 다양한 명상을 시도해보고 싶다면, 산스크리트어 만트라를 배워볼 수도 있지만 꼭 그렇게 해야만 명상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명상은 잠시 눈을 감고 호흡하며, 고요함 속에 숨어있는 나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1분이든 30분이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황이 되는대로 할 수 있다. 그렇게 눈을 감고 앉아 수없이 지껄이는 생각의 소음을 바라보는 것. 생각과 생각 사이에 숨은 고요함을 조금씩 키워나가는 것. 고요함 속에 숨어 있는 본연의 나를 만나는 것. 그것이 전부다.
굳이 명상을 하지 않아도 나는 본연의 나를 잘 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렇다면, 잠시만 눈을 감고 가만히 있어보라. 어느새 한 조각의 생각이 두둥실 떠오르는 것을 알아차려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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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두둥실 떠오른다고? 무슨 생각이 떠오를까? 아무 생각도 안 나는데. 앗! 이것도 생각인가? 내가 어느새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숨을 쉬어보자. 들이쉬고 내 쉬고. 배로 들이쉬어야 하나? 가슴이 좀 답답한 느낌이 드네. 폐가 좀 안 좋은 거 아닌가? 지난번 백신 맞은 이후로 가슴이 조금 답답한 것 같기도 하고. 코로나는 아니겠지? 코로나 확진자가 아직도 10만 명을 넘는다던데. 그나저나 마스크는 언제까지 써야 하는 걸까? 당분간 쓸 것 같으면 이번에는 좀 예쁜 걸로 몇 통 사 볼까?.... 쿠팡 와우 회원은 만료되었나? 중지해뒀는데 풀어야겠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끊임없이 우리를 어딘가로 데리고 간다. 생각을 잠재우려고 노력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명상이 눈을 감고 무념무상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라 기대한다면, 곧 스스로를 자책하고 짜증 내게 될 것이다.
명상은 생각을 잠재우는 것이 아니고, 생각을 바라보는 것이다. 생각을 바라보려면 생각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 거리를 두기 위한 방법으로 호흡을 사용하는 것이다.
눈을 감고 있다가 생각이 떠오르는 걸 알아차리면, 들이쉬고 내 쉬고... 호흡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또 생각이 떠오르면, 들이쉬고 내 쉬고...... 호흡으로 돌아온다. 호흡을 조절할 필요는 없다. 그냥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코를 통해 들어오고 나오는 호흡을 바라보면 된다.
그게 다다.
그런데 그 단순한 행위로 얻을 수 있는 효과와 삶의 변화는 엄청나다. 명상의 효과에 대해서는 수많은 과학적 연구 결과가 뒷받침해 주고 있으니 조금만 검색해 봐도 알 것이다.
나도 생각날때마다 차차 경험담을 들려드리겠다.
오늘은 이만.
- 고요한, 리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