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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희 Jun 25. 2020

2025년 오늘의 나, 상상해보셨나요?

나에게 일어난 기적

나는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고 글로 적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여러차례의 경험을 통해 확신하게 됐다.


고등학교 때였나? 아빠 친구가 허리에 꼽고 온 팔뚝만한 핸드폰을 처음보고 신기했던 날, 핸드폰을 한 손에 들고 자가용을 운전하며 업무상 대화를 나누는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된 나를 상상했다.


둘째 아이를 낳은 직후, 방문을 열면 바로 길이 나오는 허름한 집에서 젖을 먹이며 넓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했다.


제주에 내려와 오래 된 펜션을 임대하여 한달살기집을 시작했을 때,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하루 열 여덟장의 연탄을 갈며 (아직도 연탄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변 분들 모두 놀라워했다.) '2015년 신축 주택 10동'이라고 주방 칠판에 써 놓았고, 우리 회사가 아주 유명해져서, 몇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성장하기를 꿈꾸었다.


당시의 상황을 감안하면, 전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허무맹랑한 꿈들이었다. 꿈을 이루고자 하는 시기도 6개월 후, 1년 후 하는 식으로 매우 짧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모두 이루어졌다. 아니, 바라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이루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 부터 꿈을 적는데 매우 신중해졌다.


'내년에 부모님과 초호화 크루즈 여행을 한다.' 라고 적었다가, '외국 사람들과 섞여 말도 안 통하는데, 부모님이 여행 내내 불편해지시면 어떻게하지?' 라는 생각이 들어 얼른 지우기도 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라고 썼다가, '그 후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겨 글쓰는데 부담을 느끼게 되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들어 남들의 평가에 아랑곳 하지 않는 멘탈을 가질 때 까지, 유명 작가의 꿈은 보류하기로 마음먹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진지하게 김칫국을 들이킬 수 있는 것은, 바라기만 하면 떡은 반드시 주어진다는 믿음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메뉴판의 음식을 고르듯 미래의 내 모습을 <결정>하다보면,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 깊고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단순히 '통장에 100억이 꽂힌다.' '52kg이 된다.' '인스타 팔로워 10만' 이런 소원을 적었다가, 그로 인해 생각지도 못 한 후유증과 부작용을 겪게 될 수도 있음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요즘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가진 것 처럼 행동하면 가지게 된다.' '꿈을 100번씩 100일간 적으면 이루어진다.'라는 류의 책이나 강연이 하도 많아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고 글로 쓰기를 실천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꿈의 갯수에 딱히 제한이 없는데도, 세가지 소원만 들어주는 지니의 요술램프를 앞에 둔 것 처럼 우리의 마음은 계속 갈등하게 된다. 특히,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 사람일수록 꿈을 정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그런 분들께 조금이나마 힌트가 되고자, 내가 매일 아침 컴퓨터에 앉을 때 마다 펼쳐 읽는 2026년 1월 18일 (만 50세가 되는 생일날로 D-day를 정했다.) 나의 모습을 공개한다.


이 꿈을 적는데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고민도 길었지만, 썼다가 지우고 수정하기도 여러번 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볼수록,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모습이 좀 더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2026년 1월 18일의 나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볼 수 있는 집에 산다. 흰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고, 곡선이 많아서 우아하고 고풍스럽지만 내부는 모던하고 산뜻하며 아름답다. 꽃과 허브가 있는 예쁘고 아담한 정원이 있고, 바다가 보이는 넓은 데크에서 매일 아침 명상과 요가를 한다. 따뜻한 자쿠지와 15미터 길이의 수영장이 있다. 집 안에 간단한 헬스기구와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집이 아주 클 필요는 없지만, 아이 친구들이 몰려와 자고가도 서로 큰 방해를 받지 않는 구조다. 넉넉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재워주고 초대한다. 늘 음악이 흐른다. 친구, 동료, 가족, 이웃들이 언제라도 편히 들러 자기 집 처럼 편하게 차를 마시고, 요가도 하고 명상도 하고 책을 읽는다.


축구 선수가 된 큰 아들 서진이를 보러 종종 유럽에 간다. 특히 서율이 방학 때는 유럽의 도시에 한 달 이상 머물 수 있는 큰 집을 렌트해서 부모님과 친구들을 초대한다. 누구를 초대하든 최고로 대접한다.


건강하고 날씬하다. 아름다운 머리결과 좋은 피부를 가졌다. 깔끔하고 매끈하게 정돈 된 손톱과 발톱, 발 뒤꿈치. 매력적이고 기품이 있는 50세가 된다. 남편은 여전히 나를 보며 설레하고 자랑스러워한다.


나의 글과 삶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오프라윈프리와 친구가 된다. 마야안젤루, 디팍초프라, 에크하르트 톨레와도 인연을 맺는다. 영어로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오프라의 수퍼 소울 선데이에 인터뷰이로 출연한다. 그래서 6년전 내가 컴퓨터 바탕화면에 당신과 친구가 되고,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거라고 써 놨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함께 웃는다.


아이들을 돕는다. 의지할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어른이 되어준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고, 정신적 물질적 지원을 한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사랑을 느끼고 치유되어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게 한다.


소박한 차를 타고, 소박한 가방을 멘다. 적게 먹고, 쓰레기를 적게 만든다. 가진 것을 풍요롭게 나눈다. 더 많은 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삶을 산다.




2020년 6월 25일

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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