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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의 기도

by 레이지마마

차라리 꿈꾸지 말게 하소서.

꿈을 이룬 자리의 내 모습을

상상하지 말게 하소서.


그곳에 비하면

지금의 자리가 한없이 초라해

자꾸만 벗어나고 싶습니다.

목이 타고 숨이 가쁩니다.

저 멀리에서 펄럭이는 깃발,

다가가면 멀어지는 꿈속의 나를

허덕허덕 쫓느라

길가에 핀 꽃들을 보지 못합니다.

수많은 개미들을 밟습니다.

삶이 나에게 건네는

노래와 춤과 마법 같은 전율의 순간들을

내 것이 아닌 양 지나치게 됩니다.


꿈꾸지 않게 하소서

꿈꾸지 않으면

이대로 주저앉아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을 벗게 하소서.

나비가 되게 하소서.

먼 깃발을 찾아 고단한 발걸음을 옮기는 대신

지천으로 널린 꽃잎의

꿀을 빨게 하소서

바람의 결을 따라

노래하고 춤추며

무심히 그곳에 이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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