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Super Soul M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연희 Jul 14. 2020

어떻게 죽을 것인가?

조력자살. 원하는 시점에 생을 마감할 권리


작년인가 신문에서 자발적 죽음을 위해 홀로 비행기를 타고 스위스로 떠난 104세 데이빗 구달 할아버지의 스토리를 읽은 적이 있다.


“세상에 더 이상 기여할 것이 없다. 좋은 삶을 살았고,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 가족, 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안락사를 위해 스위스행을 택한 104세 구달 할아버지.


생태학자이자 대학교수로 한 평생을 보낸 구달 할아버지는 최근 집에서 넘어져 이틀간 일어나지 못한 일을 겪은 후, 더 이상 혼자의 힘으로 외출도, 기초적인 생활도 힘들다는 걸 깨닫고 죽음을 결심했다고 한다.


구달 할아버지가 향한 곳은 스위스의 디그니타스 Dignitas, 외국인에게도 안락사를 제공하는 세계 유일의 병원으로 존엄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협회이자 비영리 단체이기도 하다. 의사가 약물 등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의 방식이 아니라, 조제한 약을 본인이 직접 마시게 하는 이른바 조력자살의 방식으로 자발적 죽음을 도와준다.


To live with dignity, to die with dignity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존엄하게 죽을 수 있도록>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디그니타스는 생을 마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심도 깊은 카운슬링을 제공하고, 의사, 병원과 협업하여 연명치료나 고통스러운 치료를 끝내고 싶어 하는 사람, 더 이상 사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여겨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이 최대한 편안하고 아름답게 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단체는 자살을 돕기도 하지만, 자살이나 자살기도를 방지하는 일도 한다. 홀로 외롭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등지고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거나, 자살 실패로 심각한 후유증과 고통에 시달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직 죽음을 생각할 나이는 아니지만, 사람의 앞 일은 모르는 것이니 만일의 경우 취할 수 있는 옵션을 알고나 있자 하는 마음으로 다양한 안락사 (존엄사) 사례를 검색했다.


그중 너무나 인상 깊었던 Michele 할머니의 죽음.



죽음을 선택하기엔 너무나 건강해 보이고, 활기차고, 또렷한 74세의 그녀는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는 방에서, 음악을 듣고, 초콜릿을 먹으며.... '안녕!' 인사를 하고 눈을 감는다.


2010년 7월 29일, 그녀의 생일에 촬영된 마지막 모습은 스위스에서 티브이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었다.


5분 안에 서서히 고통 없이 죽어가도록 조제된 약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들이키고는 '내가 만약 침을 흘리거나 하면 카메라를 치워. 나를 존중해줘.'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 "약이 너무 써. 구역질 나는 맛이야. 초콜릿을 더 먹어야겠어."라고 말하며 끝까지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것을 보고 저렇게 죽을 수 있는 것도 큰 복이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이렇게 정면으로 바라본 적이 없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지.' 하면서, 죽음을 먼 미래에 일어날 뿌연 이미지로만 가지고 있었다. 슬프지도, 무섭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은 죽음을 생생한 화면으로 구경하고 있자니, 갑자기 박하사탕을 씹지도 않고 삼킨 것처럼 가슴이 허하고 뻥 뚫린 것 같은 기분이 됐다.

https://youtu.be/JfyxUO4ZsDo 

<Michele 이 디그니타스로 들어가는 장면은 11분 17초쯤 나오지만, 시간이 된다면 전체를 다 보실 것을 추천>


함께 이 영상을 본 남편은, 화장실에 들어가 한 참을 울었다.

왜 그렇게 우는지..... 물어보지 못했지만, 왠지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저녁밥을 먹으면서 남편이 말했다.


"내가 죽는 건 괜찮은데, 남겨질 아이들과 당신을 생각하니까 너무 괴롭더라고. 해 준 것도 없이.... 이렇게 죽는다면 얼마나 후회스러울까. 더 많이 사랑해주고, 해주고 싶은 게 많은데... "


순두부 찌개를 앞에 두고, 다시 눈시울이 빨개지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산 사람은 다 살아.'라는 말이 떠올라 하마터면 웃음보가 터질 뻔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


언젠가 다 죽는다고 생각하면

두려운 것도

걱정되는 일도

억울할 일도 없다.



- 리즈 -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을 변화시키는, 작지만 강력한 생활 습관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