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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희 Jun 30. 2021

피부과 시술 후기 3. 결과에 만족하시나요?

레이저 7회 차 소회  

연필로 글씨를 쓴 종이가 있다고 치자. 글씨가 작고 흐리다면 슬슬 한 번만 지워도 깨끗해질 것이고, 진하게 꾹꾹 눌러쓴 글씨라면 여러 번 지워도 자국이 남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우개 질을 너무 많이 하거나 욕심을 내어 너무 세게 지우면 종이 표면이 얇아져서 구멍이 날 수 있다.


피부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잡티 시술을 해도 원래 상태가 어땠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레이저 한 번으로 싹 지워지기도 하고, 여러 번 시술을 받아도 흐릿하게 남는 사람이 있다. (나)


난생처음 피부과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1,000만 원에 달하는 브이브이브이아이피 패키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주일에 한 번 목욕탕에 가듯 피부과를 드나들며 1년 내내 지속적인 시술과 관리를 받는 분들이 있는 것이다. 티끌 하나 없는 백옥 같은 피부, 물광 꿀광 연예인 도자기 피부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면 브이브이브이아이피 회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피부과를 방문해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그 쯤되면 애써 가꾼 얼굴에 또 다른 잡티가 샘솟지 않도록   철저히 햇볕을 차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늘 위에 태양이 있고 피부가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내는 기능을 상실하지 않는 한 잡초가 자라듯 잡티는 끊임없이 올라올 테니 말이다.


피부과 치료를 시작할 때 나의 바람은 소박했다. 다른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보고 눈 밑에 보이는 얼룩의 정체가 검버섯인지, 뭐가 묻은 건지 궁금해하느라 대화에 집중을 하지 못 할 정도만 아니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시술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총 11주 플랜이라 진작에 끝났어야 하는데, 중간에 게으름을 피우느라 아직도 세 번이나 더 가야 한다. 첫 주에 표피층에 시술하는 잡티 레이저 (프락셀, 아이피엘)를 하고, 띄엄띄엄 다니며 진피층에 시술하는 토닝 레이저 (포토나, 엑셀브이, 루비)와 수분 충전 물방울 리프팅 관리 5회를 받았다. 시간이 좀 지나니 큰 검버섯 같은 것이 다시 올라와서 3주 전에 잡티 레이저 (아이피엘, 루비) 시술을 한 번 더 서비스로 받았다.


그 결과,


쌩얼일 때는 흐릿하게 검버섯의 흔적이 보이지만, 파운데이션을 바르면 거의 티가 나지 않는 정도로 얼굴이 깨끗해졌다. 내가 피부과 다니는 여자라는 사실을 단박에 눈치채는 사람은 없지만, 6개월 전 내 모습을 아는 사람이라면 하나같이 얼굴이 한결 밝아지고, 좋아졌다고 한다. 이 정도면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셈이다.


문제는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는 것. 하나의 잡티가 해결되면 또 다른 잡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검버섯이 흐려지니 미처 빠지지 않고 남아있는 갈색 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 같으면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자잘한 주근깨들이 진해질까 봐 신경 쓰인다. 기미의 흔적을 좀 더 지우고 싶고, 턱에 있는 작은 흉터도 메꾸고 싶다. 피부가 깨끗해지니 주름이 거슬린다. 팔자 주름을 없애고, 처진 눈을 조금 끌어당기면 어떨까?  


거울에 바짝 붙어 손으로 관자놀이 부분을 밀어 올리고 있자니, 불현듯 한 원로배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작은 주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얼굴을 보톡스로 꽉 채운 그녀. 70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팽팽한 얼굴에 눈꼬리마저 위로 올라가 잘 때 눈을 감을 수 있을까? 걱정하게 만드는 그녀. 지나치게 동그란 이마와 한 대 맞은 듯 부풀린 입술이 보는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던 한 30대 인스타 인플루언서의 얼굴도 생각났다. 스스로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매일 여러 장의 사진을 올려대지만, 그녀는 알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보며 '인조인간'이란 단어를 떠올린다는 사실을.


그들도 처음부터 인조인간이 되려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단순히 점을 빼러 피부과에 간 것이 발단이었을 수도 있다. 점을 뺀 김에 레이저 치료를 받고, 피부에 윤기를 주는 주사에 관심을 갖다가 때 마침 프로모션 행사 중이던 보톡스를 살짝 맞아보았을 것이다.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함께 하는 곳이 많아 자연스러운 수순이 되는 경우가 많다.) 주름이 쫙 펴지는 드라마틱한 변화에 이끌려 보톡스를 한방 두방 늘려가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조금씩 완벽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주름이나 처짐은 허용할 수 없다!


피부를 잡아당기고 각종 약품을 주입하며 노화를 부인하던 그녀들은 점점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도나텔라 베르사체
맥 라이언
조슬린 윌덴스타인


놀라운 사실은, 얼굴이 부자연스럽다 못해 거의 끔찍한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본인은 매우 만족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얼굴의 부분 부분에 집착하다 보면, 아름다움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이 사라지는 걸까?


.


정신을 차리고 현재의 결과에 충. 분. 히. 만족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나는 잡티 하나 없는 도자기 피부를 원하지는 않는다. 피부가 하얗고 깨끗하면 예뻐 보이긴 하지만, 왠지 부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적어도 내 기준에선 그렇다. 하얀 얼굴보다는 주근깨가 좀 있어도, 햇볕에 살짝 그을린 생기 있는 얼굴이 더 좋다.


피부과 선생님이 치료 중 알려주신, 피부를 깨끗하고 생기 있게 만드는 생활 수칙!


첫째. 물을 충분히 마실 것. 만성 탈수로 건조해진 얼굴은 색소가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만든다.


둘째. 세수할 때 물을 떠서 얼굴을 적셔주는 느낌으로 할 것. 뽀득뽀득 문질러 닦으면 잡티가 빨리 올라온다.


셋째. 자외선 차단제를 열심히 바를 것.


나는 현재 첫째, 둘째 수칙을 열심히 실천 중이며, 자외선 차단제는 아침에 꼭 바르지만 중간중간에 덧바르지는 못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매일 새벽 땀 흘리며 요가를 하고, 야채를 많이 먹고, 보이차를 마신다. 어쩌면 난생처음 받아본 레이저 시술이 계기가 되어, 스스로를 관리하는 작은 노력들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작은 습관들이 합쳐져 피부에 생기를 만들어내는 것일 수도 있다.


레이저 시술 7회 차 시점의 결론 :

피부 톤이 밝아지고 색소 침착이 옅어졌다.

얼굴이 생기 있어졌다는 말을 듣기는 하지만, 그것은 레이저 시술의 결과라기보다 생활의 변화를 통해 얻어진 것일 확률이 크다.

더 욕심을 내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 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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