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친구가 집으로 온다는 것

손님이 온다는 것.

by 레이지살롱

오늘 아이의 친구를 초대했다. 어제는 돌봄 교실에 혼자만 나와 도시락을 먹은 세상 불쌍한 아이 었지만, 오늘은 친구가 집에 놀러 와서 세상 행복한 아이가 되었다. 워킹맘으로 일하다 보니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회사는 가깝지만 동네에서 먼 곳으로 다니게 되어 아이 친구가 놀러 오는 건 방학중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연중행사가 되어버렸는데,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데도 코로나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처음으로 아이 학교 친구가 집에 놀러 오게 되었다. 점심에 볶음밥을 해주고 나는 작업실에서 일하며 아이는 거실에서 놀면 되겠지란 안일한 생각으로 초대했다. 하지만 아이는 볶음밥을 안 먹고 뭔가 더 특별한 걸 먹고 싶다며 볶음밥은 절대 싫다고 했다. 처음 친구가 오니 아이는 들떠서 뭔가 특별한걸 함께 먹고 싶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엄마, 아빠 친구가 와도 미리 메뉴를 고민하고 장을 보고 손님 맞을 준비했었기에 아이도 당연히 그런 그림을 기대했었던 것 같다. 그럼 뭘 해주지? 메뉴부터 다시 고민을 해야 하고 지난 주말 사놓은 귤 한 상자는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고, 초코 뭍은 단 과자를 좋아하는 아이와 달리 놀러 오는 친구는 감자칩과 짠 과자를 좋아한다고 하니 친구 입맛에 맞는 과자도 집에 없고 주스를 평소에 사 먹지 않아서 대접할 음료수마저 없었다. 오랜만에 오는 손님이라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다. 꼬마 손님이라도 손님은 손님이었다.


아침에 집 정리를 끝내고 아이와 손님맞이용 과자와 음료수를 사러 마트에 갔다. 점심은 아이와 돈가스로 메뉴를 합의를 하고 아이라면 싫어할 수 없는 과일 딸기도 사고 간식은 소떡 소떡을 해줄 생각에 소시지도 샀다. 아이는 한껏 또 신이 났다. 투스텝으로 걷고 소시지도 본인이 고르고 과자도 친구가 좋아할 만한 감자칩을 고르고 주스도 사며 들뜬 마음을 보였다. 단지 내 마트 옆이 그 친구가 사는 동 이라 친구도 데리고 같이 집으로 왔다. 집에 오니 갑자기 분주해졌다. 쌀도 불리고, 돈가스도 꺼내놓고, 감자튀김도 꺼내고 가래떡도 꺼내놓고, 점심 준비를 해야 하는 압박감에 12시도 안되었는데 아이들이 배고플까 집중이 안되어 작업실에서 주방을 왔다 했다.


아이와 친구는 둘이 파파고 번역 앱 하나로도 깔깔 거리며 즐거워했다. 얼마 안 있어 다른 게임으로 넘어갔는데 지난여름 방학에 사놓았던 종이컵 1000개가 이제야 빛을 발휘했다. 혼자 쌓는 것보다 둘이 쌓는 게 훨씬 재미있어 보였다. 잠시 뒤 종이컵 1000개는 이미 사라졌다. 정리를 이미 끝내고 둘이 종이접기 책을 보면서 같이 종이접기를 한다. 친구가 집에 오면 같이 하고 싶었던 게 많았던 모양이다. 친구가 궁금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아이는 집에 있는 이것저것 설명을 하고 보여준다. 아이들은 거실에 있고 나는 작업실에 있지만 왔다 갔다 하며 둘이 꼬물꼬물 노는 모습이 귀여워서 몰래 사진을 찍었다. 점심을 먹고 TV를 틀어줬으나 집중력이 금방 떨어졌다. 이제는 쿠션 가지고 몸으로 논다. 놀이터를 보낼 생각이었는데 집돌이 둘이 나갈 생각을 안 한다. 주말에 놀이터에서 만나자고 하면 신나서 나갔는데 같이 따뜻한 집에 있으니 굳이 나갈 생각이 안 드나 보다. "놀이터 가서 좀 놀다 와"라고 말했지만 둘 다 시큰둥하다. 조금 있다가 아이가 엄마를 부른다.


"엄마~ 게임하면 안 돼?" 닌텐도로 둘이 할 수 있는 게 있지만 나도 아이도 게임기를 TV에 연결할 줄 모른다. 아이 친구는 휴대폰이 있고 거기에 마인크래프트가 깔려있다고 한다. 둘 다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눈치고 아이도 자기 패드에 있는 게임으로 각자 하면 안 되냐고 묻는데 게임을 시켜줘야 하나 살짝 고민이 되었다. 아이의 친구는 일주일에 게임을 단 하루 한 시간만 한다고 한다. 아이는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씩 할 수 있다. 둘 다 일주일에 제한된 게임시간이 주어져서 친구 찬스를 쓰고 싶었던 것 같은데 아이 친구에게 물어보니 오늘이 아이가 숙제 다하고 게임을 할 수 있는 그날이라고 한다. 그래서 숙제 안 하고 낮에 하면 엄마한테 혼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엄마인 나의 선택도 역시나 같았다. 게임을 못하는 대신 넷플릭스에 있는 게임 만화를 보면서 과자와 주스를 먹으며 서로 재잘재잘 이야기했다. 또 조금 보다가 놀이터로 나갔다.


놀이터에서 얼마 놀고 들어와 한참을 또 놀다가 친구는 집으로 돌아갔다. 친구 덕분에 아이는 방학 첫날을 신나고 즐겁게 보낸 것 같다. 아이는 다음 주부터 방학 내내 돌봄 교실을 보내야 하기에 하루 종일 맘껏 놀게 해 줬다. 오늘은 나도 아이 친구가 처음 놀러 오는 거라 손님 대접을 해야 된다는 압박감에 신경이 많이 쓰였지만 다음에는 편하게 초대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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