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방학식이라 급식이 없다.
드디어 기나긴 방학의 시작이다. 오늘은 방학식이라고 1교시만 하고 10시에 끝나기로 예정되어있지만, 우리 아이는 맞벌이 가정이라 돌봄 교실에 참여하고 4시에 집으로 온다. 방학식이라 급식이 없어서 도시락을 싸와야 한다고 아이가 이야기했다. 도시락을 싸야 한다니 뭘 싸 야하지 고민돼서 1교시만 시키고 돌봄 없이 집으로 데리고 와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나도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있기에 10시부터 집에 와서 엄마 찾을 아이를 생각하니 내일부터 이틀간의 돌봄 방학만으로도 충분하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다른 친구가 소시지를 싸오기로 했다고 한다. 본인도 소시지를 싸 달라고 하는데 집에 소시지가 없다. 그리고 밥 따로 반찬 따로 싸기엔 추운 날씨에 식은 밥을 먹게 될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볶음밥을 해서 보온도시락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시지 대신 스팸 볶음밥으로 해준다고 하니 파인애플 볶음밥으로 해달라고 한다. 그럼 파인애플 볶음밥에 스팸을 넣어줄게라고 하니 아이의 취향은 명확하다. 파인애플 볶음밥에 스팸 따로, 소고기 장조림, 계란 프라이까지 해달라고 했다. 오케이! 양파, 당근, 브로콜리와 다진 돼지고기, 다진 파인애플을 볶아 간장과 소금 간을 해서 볶음밥을 만들었다. 그리고 계란 프라이도 올렸다. 후식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귤도 싸준다고 하니 간식은 학교에 가져가면 안 된다며 단호하다. 그럼 엄마가 귤껍질을 까서 통에 담아 후식처럼 주겠다고 하니 3개만 넣으란다. 선생님 말은 정말 잘 듣는다.
어제부터 도시락도 어디에 담아 갈지 통을 이통 저 통 찾아서 골랐다. 원래 가지고 있는 도시락통 세트는 금방 식어버리는 스테인리스 재질이라 패스, 보온도시락 죽통은 따로 있지만, 반찬통이 없어서 스팸과 장조림을 담아야 할 통을 골라야 했다. 하지만 전체를 담을 도시락 가방에 딱 맞는 사이즈의 반찬통이 없어서 곤란했다. 이통 저 통 꺼내봐도 영 맞지 않는다. 가지고 있는 통이 크거나, 너무 작다. 아이와 나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다 대충- 쓸만한 통을 겨우 찾았다. 그렇게 다 꺼내놓고 서로 안심하고 잠이 들 수 있었다.
아침에 아이는 도시락을 싸서 학교 가는 거에 설레 인 듯했다. 요리하고 있는데 주방 감독관처럼 와서 계속 확인한다. 반찬통에 싸놓은 소고기 장조림과 스팸, 보온 도시락에 볶음밥과 계란 프라이를 확인한다. 보온 도시락 뚜껑을 열고 김이 모락모락 나니 냄새를 훅 맡고는 "맛있겠다~" 하며 만족했다.
나는 사실 내심 미안했다. 방학식이라고 다른 아이들은 신나서 10시에 학교에서 뛰쳐나올 텐데, 돌봄 교실로 가는 아이의 기분은 괜찮을지, 오늘은 다른 때 보다 조금 일찍 데리고 와야 할지, 돌봄 교실에 오는 친구들도 방학식이라고 일찍 집으로 가진 않겠지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휴직 중이라 몸은 집에 있지만,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계획에 따라 새로운 도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에 집으로 데려올 수 없어서 그 미안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신나서 도시락을 챙기고 학교에 가는 아이가 고마웠다. 이따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준비해놓아야겠다.
오늘의 이야기는 밝게 끝내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엄마의 미안한 마음이 후벼 파이는 전화가 왔다. 돌봄 선생님의 전화를 받아보니 방학이라고 다들 집에 가고 아이 혼자 돌봄에 왔다고. 신이 나서 도시락을 싼 아이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