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해산물을 안 먹으면 문제가 해결될까?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 작은 영화관이 있어서 한동안 그곳에서 공간 나눔이 일환으로 매달 지역주민들을 위해 영화관을 오픈해서 환경영화를 상영했었다. 나는 디자인팀이었지만, 우리 부서가 주관했던 행사라 영화 선정도 직접 해야 해서 꽤 많은 환경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다양한 영화를 보며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다 보니 다큐멘터리도 거부감 없이 잘 보게 되었다. 다큐멘터리가 지루한 종류의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영화보다 리얼리티가 강하고 우리 삶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더 흥미롭다. 매번 마주하게 되는 진실에 불편하기도 했다. 그중 공장식 축산에 대한 영화를 봤을 땐 충격적이었다. 이미 수백만 마리의 돼지, 소, 닭들이 움직이지도 못하는 곳에서 다양한 항생제와 GMO사료들을 먹고 자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순진하게도 난 그 영화를 보기 전까지 하얗고 고소한 우유가 젖소라는, 우유가 무한히 나오는 소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어미젖이 필요한 암소를 어미와 분리시켜 임신과 출산을 반복시켜 우유를 계속 뽑고 있었던 것이다.) 그 영화를 볼 때 하필 난 임신 중이었고 더 괴로웠다. 우유를 즐겨 마시진 않았지만 그 이후로 우유를 편하게 먹을 수가 없었다. 사실은 마케팅에 가려진 진실에 대해서 무관심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화 '씨스피라시'는 작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수산업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고발하는 영화다. 다큐멘터리 감독 '알리'는 어렸을 때부터 사랑한 바다를, 아름다운 바다를 찍기 위해 바다로 갔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바다는 전 세계에 걸친 수산업의 부패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일본의 한 지역에서는 멸종되고 있는 참다랑어 남획을 위해 돌고래를 죽이고 있고, 다른 곳에서는 중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상어를 잡아 지느러미만 잘라 죽은 상어를 다시 바다에 던져 버리는 잔인한 방식으로 상어가 희생되고 있었다. 최상위 포획자인 상어의 개체수가 줄게 되면 해양 생태계가 파괴된다. 해양생태계가 파괴되면 먹이사슬이 파괴되고 자정능력도 떨어지며 결국 그 모든 피해가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현재 수산업에 많이 쓰이는 저인망(거대한 그물을 바다 바닥을 끌고 가며 고기를 잡는 방식)은 광범위한 지역을 모두 끌고 다니기에 바다를 벌목하여 황폐화시키는 행위와 같다. 중국 어선들이 우리나라 바다까지 와서 불법 조업하는 이유도 자기네 앞바다는 이미 황폐해져 물고기가 거의 안 잡힌다는 이야기가 있다. 많은 환경 단체들이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범이 빨대라며 불쌍한 거북이들의 이미지로 홍보하지만 정작 플라스틱 빨대는 0.3% 정도이고, 46%는 어업에서 쓰는 그물이었다고 한다. 해양 동물이 빨대보다 그물에 죽어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새우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태국의 경우는 노동력을 싸게 하기 위해 노예노동을 시켜 단가를 맞추고 있으며 대부분 마피아나 범죄조직과 관련이 있고 태국 정부에서도 알고 있지만 눈감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수산물에는 지속 가능한 국제 수산물 인증 제도인 ‘MSC’, ‘ASC’라는 국제인증제도가 있는데, 지속 가능한 어업 기준에 부합하는 수산물에 인증하는 마크이다. 그러나 이런 마크를 부여하는 해양 환경 단체들은 사실상 어업 과정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지속 가능한(Sustainable)'이라는 인증 라벨을 붙여서 남획을 하는 기업들을 착한 기업들로 둔갑시켜 버린다. 대부분의 단체들이 관련 회사와 협회로부터 지원을 받기 때문에 수산업의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수산업에서 지속 가능한 어업이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제대로 감독되고 있는지, 지속 가능한 어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감독이 관련 단체에 인터뷰를 요청하지만, 대부분의 단체는 인터뷰를 피했고, 그나마 마주한 단체의 대표들은 제대로 대답을 못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줘 절망적인 현실을 보게 되었다.
감독은 양식업은 대체가 될 수 있을까 하고 양식장을 찾았지만, 양식 물고기의 생산을 위한 사료를 생산하는데 생산하려는 물고기 양의 1.2배의 물고기가 쓰이고 막혀있는 좁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 물고기들은 대부분 병들어가고 부패되어 항생제로 살고 있으며 주변 바다의 오염도도 어마 어마 하다. 연어의 최대 양식장에서 본 양식장 연어의 속살은 회색이었는데 분홍색의 사료를 먹여 신선해 보이는 연어의 분홍빛 색을 맞춘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더 이상 연어를 먹고 싶지 않아 졌다. 영화의 끝에는 대안이 나와야 할 텐데 끝으로 갈수로 어둡기만 했다. 마지막엔 생선을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원료로 만든 식품을 소개했고 감독은 더 이상 생선을 먹지 않기로 했다.
나는 먹는 것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매일 먹는 계란은 동물복지나 자유 방사란을 사 먹고, 콩으로 만든 두부, 된장, 간장 등은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 변형 농수산물)를 피해서 국산을 먹고(대부분의 수입산 콩은 GMO 콩이다), 수입산 고기들은 부패방지를 위해 방사능을 쬐고 있다고 해서 육고기도 국산을, 햄, 소시지를 먹는다면 국산 고기 함량을 본다. 이것도 판매자를 믿고 구매할 뿐이고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만 먹거리를 구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해산물에 관해 알게 된 건 너무 충격적이었다. 바다에 대해선 내가 너무도 무지했다. 해양생물의 복지와 해양생태계 파괴, 강제 노역자의 인권 등 전반적으로 문제가 심각해 보였다. 생선을 먹지 않으면 해결될 것인가. 정말 그럴까?
어렵고 유쾌하지 않은 영화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에 가면 아이에게 바다에 비닐, 플라스틱 쓰레기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신신당부를 하고 바람에 날아오는 쓰레기가 있으면 주워 모아 같이 버렸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나의 그런 행동들이 바다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무력감을 느꼈다. 이 영화를 찍으며 끔찍한 진실들을 마주한 감독의 기분 또한 어떨까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은 여전히 바닷가에 가면 쓰레기를 주워 온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현재는 그것밖에 없는 것일까 고민하지만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보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는 희망이 있지 않을까.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