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친구들이 생겼다.
성공을 하려면 공부를 같이 하는 친구, 감정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친구, 자극을 주는 친구 세명을 사귀라고 했다. 어렸을 때는 한 친구와 모두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함에 속상하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어떤 친구랑은 노는 게 잘 맞아서 좋았고, 어떤 친구랑은 관심 있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좋았던 걸 보면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좋아하는 게 다른 건데 모든 걸 다 맞는 친구를 찾으려고 했던 게 불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다. 휴직하면서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하다 보니 같이 나누고 싶은 친구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실 친구들은 바쁘고 서로의 사정도 맞지 않다 보니 마땅히 나눌 친구가 없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친구들을 온라인 상에서 만나 하고 싶던 공부를 하게 되었다. 물론 공부가 재밌지 않지만 용기를 북돋아 주는 친구들이 생겨서 삶의 동력을 얻었다.
책을 같이 읽는 모임은 엄마표 영어를 하면서 본인의 영어 실력도 올리고 싶어 공부하고 있는 엄마들 중에 몇 명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엄마표 영어는 집에서 영어 영상과 그림책으로 영어 노출을 시켜 자녀들에게 자연스럽게 영어 습득을 시켜주는 것인데 대부분 남들보다 부지런한 엄마들이었다. 아이의 마음을 읽는 쪽에 초점을 맞춰서 육아를 하는 엄마들이면서, 자신을 위한 책 읽기와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나 또한 그들과 함께 하며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을 찾아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주고, 육아서도 읽고, 나 스스로의 모습을 찾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글쓰기도 시작했고, 계단 운동도 시작했다. 얼마 전 NFT관련 책을 혼자서 읽으려고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책에 관심을 갖던 엄마표 영어를 하고 있던 인친(인스타 친구)의 글을 보고 얘기를 하다 모임을 결성하게 되었는데, 서로 어디 살고 무엇하는 분들인지는 다 알지 못하지만 서로의 인스타 계정을 통해 매일 열심히 노력하는 분들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간의 영어 공부를 하며 온라인 친분을 쌓으며 내적 결속력이 있었다. 지난주엔 첫 번째 책을 다 읽고 '제페토'에서 모임을 하여 함께 읽은 책을 이야기했다. 혼자 읽었으면 끝을 내지도 못할 책을 2주 안에 끝내고 다음 책 읽을 준비 중이다. NFT, 메타버스 관련 책을 읽다 보니 다음엔 '개더 타운'에서 책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그전엔 '제페토'도 '개더 타운'도 들어가 볼 생각도 못했는데, 함께할 친구가 생기니 용기가 생겼다.
매주 화요일에는 줌으로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다. 지난달 지역 평생학습원에서 글쓰기 특강이 있었는데, 그 수업에서 만난 분들과 글쓰기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수업 자체도 줌과 실제 출석을 반반 했기에 줌으로 모임을 이어 나가는 게 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 서로를 글로 알게 된 사이라 그런지 개인적으로 알고 있지 않아도 현재 감정상태라던지, 느끼고 있는 것, 관심 분야 같은걸 글로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특강이 끝나고 처음엔 강사님 없이 우리끼리 모여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한 주씩 지날수록 우리의 모임이 점 점 더 무르익어 가고 있다. 글쓰기를 처음 배우기도 하고 전문가들은 아니지만 서로 모여서 각자의 글에 대해 좋은 점, 아쉬운 점을 이야기해주면서 서로의 글쓰기가 단단해짐을 느꼈다. 특이하게 이 모임은 30대부터 60대까지 모여있어서 각각의 고유의 특색이 더 명확히 보이는데 글과 함께 그분들의 삶이 매칭 되어 그 분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모임에 재미를 더한다.
요즘 온라인으로 공부 친구들이 생겼다는 게 신기하다. 글쓰기 모임에도 인스타 계정에도 공부 친구들이 한 마디씩 해주고 좋아요를 눌러주면 힘이 된다. 어떤 때는 현실 친구보다 위로가 될 때도 있다. 현실 친구에게 매일 할 수 없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온라인상에 하면 함께 공감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든든하다. 혼자 했으면 제대로 못 했을 것 같은 공부들도 함께 하고 있으니 그 과정도 즐거워졌다. 뭐든 혼자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우선 해보자로 시작하지만 끝을 맺은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여럿이 모여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생각을 듣는 시간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고 느꼈다. 예전엔 친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읽었던 책 중 좋았던 책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관심 분야를 나누고 싶었지만 지속되긴 힘들었다. 친한 친구들은 책에 관심이 없었고, 책을 추천하더라도 읽는 친구가 없었는데 글쓰기 모임의 친구들은 책을 추천해주니 바로 도서관에서 대여하거나 구입해서 읽었다. 책 추천하는 것조차 기쁜 일이 되었다. 언제부턴가 나도 책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책 모임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런 친구들이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취미와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랜선 친구들이 생겼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