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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 읽는 책이 젤 재미있다.

2주의 마법

by 레이지살롱


이상하게 내 돈으로 책을 사면 그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한다. 책을 고르는 스킬이 부족해서 재미없는 책만 사는 것인지, 마감기한이 없어서 천천히 읽게 되어 끝마무리를 못하는 건지 이상하게 내 돈으로 사서 끝까지 읽었던 책은 손에 몇 권 꼽는다. 대부분의 책들이 앞 몇 장 읽고 멈춰 버렸다. 소설도 에세이도 자기 계발서도 어떤 장르던 분명 읽고 싶어서 샀던 책들이었다.


그에 반해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책은 금방 다 읽어 버린다. 나의 성향을 알기에 웬만하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곤 하는데 한동안 코로나 19로 휴관해서 도서관에 못 가다 보니 다시 책을 사면서 안 읽는 책이 집에서 나뒹굴게 되었다. 마감기한이 있어야 움직이는 성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작년부터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 가까워 자주 이용했었다. 많은 종류의 책이 있진 않지만 분기마다 신청도서들이 들어오고 꽤 다양한 책들이 구비되어있어 주말에 틈틈이 가서 책을 빌려 읽었다. 한 가구당 2주 동안 3권을 빌려 볼 수 있는데 소설, 에세이, 육아서, 자기 계발서중에 마음에 드는 3권을 골라 빌리곤 했다. 몇 번 해보니 빌린 세 권 중 한 권은 회사로 가져가 틈틈이 읽고 하나는 집에서 틈틈이 읽게 되어 나에겐 2주에 3권은 벅차고 두 권의 책이 딱 맞았다. 그래도 3권을 빌리는 이유는 도서관에 오래 머물지 못해서 표지를 보고 고르다 보니 별로인 책들이 있어 안전하게 세 권을 빌려왔다. 보통 소설은 꼭 리스트에 넣는 편인데, 한번 읽기 시작하면 빠져서 읽게 되니 책 넘어가는 속도도 빠르고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드라마 보는 느낌으로 읽는 것 같았다.


다시 공공 도서관이 개장을 했는데도 끝마무리를 못한 그동안 구매해온 책들 때문에 한동안 도서관을 가지 못했었다. 구매한 책들과 씨름하다가 결국 그 책들은 서재 한켠을 고요히 지키기로 하고 다시 공공 도서관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도서관 책을 읽을 때 더 많고 다양한 책을 읽게 된다. 보이지 않는 2주 동안의 반납예정일이 나를 채찍질하는 것만 같다. 어쩌면 그 2주의 기간을 꽤 즐기는 것 같다. 이제는 대여하고도 아쉬운 책들을 구매해 서재에 꽂는다. 하지만 공공 도서관은 인당 7권의 책을 대여 가능하고 가족으로 묶으니 우리 가족은 21권까지 대여가 가능해서 한꺼번에 너무 많이 빌리는 게 조바심이 생기고 있다. 최근 책 욕심이 생긴탓에 부지런히 빌려 열심히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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