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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잉크 채우기

아날로그 감성 채우기

by 레이지살롱


영어 필기체를 쓰기 시작하면서 만년필을 쓰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남편이 만년필에 관심을 갖고 사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걸 살 때마다 기존 걸 나에게 하나씩 주곤 했는데, 면세점에서 아주 좋은 만년필을 사더니 나머지는 다 내 것이 되었다. 만년필은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일상에 쓸 일이 잘 없어서 잘 모셔 놓기만 했었다. 작년 영어 필기체를 배우고 영어 공부와 글씨 연습 겸 영어책 필사를 만년필로 썼더니 글씨가 더 멋들어져 보이고 쓰는 감촉도 좋아서 글씨 쓰는 맛이 났다. 글씨를 쓰기 위해 필사를 하는 건지, 공부를 위해 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매일 2-30분 정도씩의 쓰는 시간이 좋아졌다. 매일 한 페이지씩 필사하다 보니 잉크가 금방 닳아 버린다.


잉크를 다시 채울 때마다 손에 잉크가 다 묻곤 하는데도 잉크 채울 때의 그 감성이 좋다. 마치 드립 커피를 마시기 위해 커피빈을 가는 것은 귀찮지만 그 행위가 주는 감성이 있듯이 만년필의 잉크를 채우는 느낌도 비슷하다. 마침 어제 세 개다 잉크가 한 번에 닳아 버려서 페이지 한 장을 세 개의 펜으로도 다 못 쓰고 끝나 일제히 잉크를 채우는 재미도 있었다. 하나는 일회용 잉크라 다 쓴 잉크를 뽑아 다시 새 걸로 채우고, 나머지 두 개는 직접 잉크를 뽑아 채웠다. 요즘 기록도 노트북과 모바일로 하는 시대지만 아날로그로 채우는 감성도 있어야 바쁜 하루에 여유가 좀 생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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