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이브 에즈

세이브 에즈라고!!

by 레이지살롱

보통 그래픽 작업할 때 기존 작업 사이즈를 유지하느라(또는 귀찮거나, 왜 새 파일 열어서 사이즈 입력하는 게 그렇게 귀찮은 일인가) 기존 파일에서 세이브 에즈(다른 이름으로 저장)로 파일을 새로 만들어 기존 파일을 지우고 작업한다. 하지만, 몇 장의 비슷한 포맷을 만들다 보니 기존 열심히 작업한 파일을 버리고 새로운 파일을 덮어 그냥 컨트롤 에스(저장)를 눌러 버렸다. 항상 저장 안 하고 날아가는 게 일이다 보니 컨트롤 에스는 단축기로 작업 중간중간 이루어지는데, 요즘은 작업하다가 아이 데려다주고, 간식 주고,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이 파일이 무슨 파일 인지도 모르고 그냥 손가락이 본능적으로 컨트롤 에스를 열심히 눌렀던 것 같다. 다음날 아침에야 파일을 열어보고 나니 해당 파일에 엉뚱한 파일이 올라와 있는 걸 보고 속이 너무 쓰렸다. 컨트롤 제트 (되돌리기)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랜만에 컴퓨터로 작업 중이라 이 속 쓰린 기분을 오랜만에 느꼈다. 누구에게도 뭐라 할 수 없고, 누구도 나무랄 수 없는데 모두가 내 잘못이고, 내 실수이며, 내가 혼자 처리해야 하는 이 상황!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며 파일 날아가는 상황이야 수십 번 일어나는 상황이지만 이렇게 시간 없이 쫓길 때는 정말 일을 더 힘들게 만드는 악조건이다. 그리고 왜 바쁘고 시간 없을 때 파일이 날아가며, 왜 컴퓨터는 느려지고 버벅대는지. 정말 바쁠 때 파일 저장과 오픈만도 시간이 많이 잡아먹어 진땀 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점은 그때는 누굴가를 위한 작업이었고, 지금은 나를 위한 작업이다. 물론 데드라인이 있지만, 나 스스로 만든 일이고, 내가 스스로 결정해서 만든 일이다는 것이다.


'그러니 다시 맘 잡고 열심히 하자. 나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픈 채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