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두려움에 떨었다.
아이는 오늘 개학을 해서 학교를 갔다. 어제부터 개학의 두려움에 떨었다. 왜 두려울까? 아이와 이야기해도 마땅히 두려울 것이 없다. 선생님을 새로 만나긴 하지만, 첫날부터 혼을 내시진 않을 거다. 친구들이 새로 모이긴 하지만 1학년 때처럼 아예 모르는 아이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1학년 때 같은 반이던 친구들, 돌봄 교실에서 만난 친구들, 놀이터에서 만난 친구들이 모여 있다. 2학년 교실도 어디 있는지 방학중에 돌봄 교실을 다니며 이미 파악하고 있다.
나는 입학을 하던, 새로운 곳에 갈 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항상 설레는 감정이 먼저인 사람이다. 그래서 두려움이 크다는 아이를 이해할 수가 없다. 아이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설레는 감정보다 두려운 감정이 크다고 한다. 그래서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설렘 :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림. 또는 그런 느낌.
두려움 : 두려운 느낌. 어떤 대상을 무서워하여 마음이 불안하다.
나는 어떤 친구들을 만날지, 어떤 선생님을 만날지 기대하는 경향이 더 크다. 아이는 아는 친구들보다 모르는 친구들이 많을까 봐 두렵다고 했다. 나는 모르는 친구들을 만나는 설렘이 더 큰데 아이는 그 모르는 친구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는 또래 중에 키도 큰 편이고, 말도 잘하는 편이다. 내성적이라기보다는 활발한 편에 속하는데 그런 두려움이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이 유치원 때는 내가 일하느라 유치원 끝나고 이모님이 놀이터에 데리고 가셨는데 유치원 친구 엄마들을 가끔 만나게 되면 우리 아이는 잘 놀고, 잘 먹고 건강하고, 말도 잘해서 걱정할 게 없겠다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어떤 게 무서워 마음이 불안한 것일까. 이런 성향은 타고나는 것일까, 학습된 것일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요즘 MBTI가 유행인데 아이에게 시켜 보고 싶다. 아직은 질문을 이해하고 답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지만. 혈액형이 A형인걸 보면 나랑은 다른 유형이긴 한 것 같다.
아침에 등교 전 밥 먹을 때도 아 두려워, 가기 싫어, 무서워를 계속 이야기했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처음 보는 친구들 앞에서 실수를 할까 봐 두려운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수해도 괜찮다고 이야기해줄걸. 막연하게 두렵다는 생각이 압도하여 새로운 학기의 설렘을 즐기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된다. 두려움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좁히다 보면 사실은 실체가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을까. 방과 후 아이의 두려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