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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Jul 26. 2022

와, 여름방학이다.

날이 끈적끈적하고 습해지면서 어제 끓인 된장찌개에서 오묘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계절, 매미소리가 아침부터 시끄럽게 울려대면 어김없이 아이의 방학이 찾아온다. 방학인데 어디를 데리고 가야 하나 조금 고민이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가장 사람 많고 가장 비싼 시기에 아이의 학교, 방과 후도 모두 방학이다. 방학이기에 사람이 많이 몰리고 비싼 거겠지만.


지난 몇 개월 이것저것 배우고 다니느라 바빴다. 벌려놓은 일들은 많은데 마무리하기도 전에 아이 방학이 되어버렸다. 아이와 집에서 어떻게 지내야 할지 난감하다. 아이는 요즘 하루 종일 포켓몬의 세계에서 사는 것만 같다. 하루 종일 친구 누구가 포켓몬 카드의 어떤 레어카드를 뽑았으며, 본인도 갖고 싶고, 포켓몬 고 게임에서 어떤 포켓몬을 잡고 싶고, 엄마가 혼자 잠만보를 잡아서 좋겠다는 둥.. 하루 종일 하는 말 중에 9할이 포켓몬 이야기다.


밥을 먹다가도 엄마 '그거 알아? 흑자몽은 리자몽의 이로치(색이 다른 포켓몬)', '나도 흑자몽 잡고 싶다' 대부분 이런 식이라 듣고 있다가 속으로 '제발 그만  ~!!!'라고 외치고 싶지만 신나서 말하는 아이에게 차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어서 '~ 그랬어? 그랬구나. 그런데   먹으면서 이야기할래?라고 말한다. 조금 전에는 휴대폰이 없는 아이 대신  폰으로 아이 친구가 문자를 보냈다. ' 오늘 비주기 잡았어' 비주기가 뭔지 모르지만  어떻게 생겼고 어떤 포켓몬인지 상세하게 알게   같다. 아이 덕분에 나날이 포켓몬 지식이 늘어가 있다.


올해 여름 방학은 포켓몬 특집이 될 것 같다. 아이의 이 포켓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어떻게 하면 좋은 에너지로 바꿔줄지 고민을 하고 있다. 하루 종일 포켓몬에 신경이 가있는 아이에게 하루에 해야 할 모든 숙제를 다 끝내면 그날은 20분씩 '포켓몬고'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했더니 오늘 아침부터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게임은 주말에만 할 수 있기에 평일 20분이 꿀 같은 시간인 것 같다. 제일 싫어하는 수학 연산 문제를 학교 가기 전에 끝내버린 걸 보면 포켓몬의 효과는 매우 큰 것 같다. 방학이 두렵지만 포켓몬과 함께 잘 지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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