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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Jul 18. 2022

포켓몬으로 하나 된 세상

주말에 아이와 함께 포켓몬고를 하러 아파트 단지를 돌았다. 햇살이 뜨거워 잠시 그늘에 앉아 포켓몬을 잡고 있는데 주위에 아이들이 슬금슬금 몰려온다. '형아~ 뭐 잡고 있어?' '우리는 나비 잡았어요. 나비' 여동생과 함께 나온 7살짜리 아이는 형아 옆에 자리 잡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로 뭐 잡았는지 이야기를 하였고 알고 있는 포켓몬 지식을 뽐내며 게임하고 있는 아이나 구경하는 아이가 하나가 되었다. '나는 신뇽 100마리 잡아서 망나뇽 잡았는데~' '와, 좋겠다~ 엄마 얘는 망나뇽도 있데!!' 뒤에서도 다 들리지만 아이는 신기한 듯 나에게 또 한 번 알려 준다. 그 많은 포켓몬 종류와 진화형까지 다 외우고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관심도에 따라 아이들이 깊이 빠질 수 있는 수준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나도 아이로 인해 다시 포켓몬고 게임을 하고 있지만 관심이 크진 않아서 포켓몬의 CP 숫자가 크고 좋은 거만 잡으려고 하는데, 아이는 포켓몬의 종류에 따라 물, 불, 바위.. 등의 속성과 진화형을 알고 있다. 때론 나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내것을 뺏어가기도 한다. 


그 와중에 7살짜리 남자아이의 능숙한 대화 기술에 감탄했다. 먼저 상대의 행동에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걸고 칭찬한다. 그러고는 본인이 아는 포켓몬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9살 형아의 포켓몬에 본인의 지식을 덧 붙인다. 대화가 끝나면 다시 질문으로 이어갔다. 말투는 어눌했지만, 굉장히 매끄럽게 우리에게 다가와 한 시간 정도를 함께 하고 헤어졌다. 뒤에서 지켜본 세 아이의 모습을 눈에 담기만 하기엔 너무 아까워 사진을 찍었다. 뒤에서 나도 포켓몬을 잡고 있었는데 7살 아이가 나에게 와서 또 묻는다. '뭐 잡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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