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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Jan 04. 2023

내 꿈은 유투버


아이는 매번 꿈이 바뀐다. 3-4살 때는 여느 아이들처럼 경찰관,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뀌더니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가 2학년 올라가서는 만화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어몽어스 게임이 한참을 유행했는데 게임을 하진 않았지만 그 캐릭터로 종이책을 많이 만들었다. 아마도 캐릭터가 단순해서 그리기 쉬웠던 것 같다. 'I am Imposter' 같은 대사나 내용도 단순한 그림을 한참 그렸다. 그런데 얼마 전 월드컵이 끝나고는 갑자기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 졌다고 했다. 카타르가 개최국이라 새벽에 경기가 열렸는데, 아빠와 새벽에 하는 축구 경기 보는 재미가 꽤 있었나 보다. 유명한 선수들의 이름을 외우고, 16강 진출국들의 경기 스코어를 관심 갖더니 도서관에서 메시, 펠레, 네이마르 등의 선수들 책을 빌려다 주니 재미있게 읽었다. 내년 봄 방과 후수업은 축구를 신청하기로 약속했다. 활동적인 놀이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 아이의 축구 열정이 내심 반갑기도 했다. 


그런데 며칠 전에 하교 후 집에 와서는 꿈이 유튜버로 바뀌었다고 선언했다. 유튜버의 열정은 항상 있었지만, 꿈이라고 표현하니 조금 진지해진 느낌이었다. 오늘부터 유튜브를 찍겠다고 하더니 꽤 적극적인 모습이다. 무언가 원하는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하면 편이라 삼각대를 설치해서 휴대폰을 맞춰 주었다. 지난 주말 아빠가 쓴다고 산 영상찍는용 동그란 조명까지 설치해 주니 제법 장비를 갖춘 느낌이다. 초등 시작부터 집에서 엄마표 영어로 영어책을 읽고 있는데 유튜브에 기록용을 조금씩 올리고 있었으나 꽤 시들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영어책을 다시 집어 들며 스스로 찍겠다고 하는 것이다. 게다가 두께가 좀 있는 책을 찍겠다고 하더니 40분짜리 책을 다 읽어 한 번에 쉬지 않고 영상을 찍어버렸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오랫동안 집중을 잘 못하는 아이인데 하다 보면 그만두고 싶어 졌을 텐데 견디고 찍었다는 것이 대견했다. 아이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라고 계속 칭찬해 줬다. 


"와. 너무 대단해서 동네방네에 자랑하고 싶다. 어떻게 40분 동안 안 쉬고 찍을 수 있지? 너무 대단한데? 어느새 읽기 실력도 이렇게 는 거야? 너무 잘했다~"


아이도 스스로 뿌듯했는지 어깨를 으쓱하고 퇴근한 아빠에게도 자랑을 했다. 어제도 다른 책 40분을 스스로 또 찍었다. 저녁 준비를 해야 하는데 거실에서 영상을 찍고 있으니 소리를 내는 것도 조심스러워 프라이팬도 살살 들고, 그릇도 살살 꺼내며 아이 영상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저녁 준비를 했다. 남편과 이러다가 고3 때 되면 아이 눈치를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농담을 했지만, 그만큼 진심인 아이의 모습을 지켜주고 싶었다. 언제 또 꿈이 바뀔지 모르고 금방 열정이 사그라질 것도 안다. 하지만 꿈을 원할 때만큼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진지하게,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고 그 열정이 금방 식지 않고 지속되기를 옆에서 응원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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