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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Apr 25. 2023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


아들은 이번 어린이날과 생일 선물로 게임 아이템을 받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혹시나 안 줄까 싶어 매주 이야기 하며 상기시키고 있다. 어린이날이 되면 비싸지는 장난감 가격 때문에 미리 주문해 놓아야 하는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게임 아이템 결제는 너무 쉽고 간편하다. 하지만 게임 아이템을 선물로 주는 것이 괜찮은 것일까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갖고 있다. 나는 게임에 돈을 결제하는 것이 습관이 될까 봐 걱정된다. 그리고 게임머니로 결제하는 것이 너무 쉽고 간편해서도 걱정이다. 왜 자꾸 걱정이 되는 걸까 생각해 보니 온라인과 오프라인사이의 경계에서 나는 오프라인에 가까이 있는데 아이가 온라인에 더 가까운 느낌이 들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아들에게 주말 2시간의 게임시간을 허락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때는 2시간의 유튜브 시간이었는데 친구들이 많이하는 온라인 게임을 알게 되면서 게임시간으로 바뀌었다. 요즘은 친한 친구와 통화를 하며 게임을 하는 상태에 이르렀는데 남편은 그게 재미라며 그냥 두라고 했다. 요즘 로블록스라는 온라인 게임에 빠져있는데 친구와 1:1로 붙거나 여러 친구들과 편먹고 모르는 유저들과 게임을 하기도 한다. 뭔가 열심히 하는데 엄마인 나는 봐도 잘 모르겠다. 2시간이 지나고 아이 얼굴을 보면 볼과 귀가 뻘겋게 달아올라 있다. 처음엔 놀라서 이렇게 시켜도 되나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얼마나 그 시간에 집중을 하며 했을까 싶어서 이해가 되기도 한다.


주말 2시간의 게임도 오후 5-7시 사이에만 할 수 있다. 원래는 유튜브 보는 시간이었는데 주말 아침 눈뜨자마자 새벽 5시, 6시에도 유튜브를 틀어서 시간을 뒤로 밀었다. 그래도 룰을 잘 지키는 아이라 그 시간이 되길 기다리며 낮에는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고 시간을 쓸 줄 안다. 처음에는 유튜브를 틀어달라고 시위하는 듯 거실 바닥을 등으로 기어 다니며 '심심해~'를 외치던 아이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안 통한다는 걸 알게 되니 5시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주말에 놀러 가서 가끔 트러블이 생긴다. 캠핑을 가면 저녁에는 패드로 게임할 시간이 주어지지만 다른 도시로의 여행을 가게 되면 내내 밖에서 돌아다니다 보니 게임시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얼마 전 아이가 전북 현대팀의 '조규성'선수를 보고 싶어 해서 전주로 축구 직관을 하러 갔었다. 전주 여행겸 축구 관람 겸으로 떠난 여행이었는데 낮에 즐겁게 경기를 보고 시내 관광을 하고 있었다. 오후 5시가 되어 아이는 게임을 하고 싶어 숙소로 돌아가자고 했고 못 가게 되니 풀이 죽어 있었다. 아이에게 어떻게 네가 하고 싶은걸 다 할 수 있겠냐며 다그치게 되었다. 여행을 와서도 게임은 꼭 해야 하는 아이에게 일의 중요도와 게임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아이는 당장 게임을 하지 못하는 것에만 속상해했다. 온라인으로 들어가려는 아이를 오프라인으로 유도하지만 매번 쉽지 않음을 느낀다. 아무리 메타버스와 AI의 세상이라고 하지만 현실세상에서 더 행복한 아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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