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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Apr 26. 2023

가성비


다음 주 어린이날이 휴강이라고 아이 수학 학원에서 미리 파티를 열어 주셨다.


"엄마, 오늘은 수학문제 하나도 안 풀고 보드게임만 하고 과자랑 주스 먹고 선물도 받았어!" 흥분한 아이의 목소리에 즐거움이 가득하다. "우와~ 재밌었겠다!"라고 이야기하고 선생님께서 톡으로 보내주신 사진을 남편에게 보내며 아들이 오늘 즐거웠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남편과 동시에 드는 생각은 '수학 수업 시간이 한 번에 몇만 원인데 오늘은 수업을 안 했네?'였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학원 가서 놀고 오고 간식 먹으니 신난 하루였지만, 학원비를 댄 부모 입장으로는 다른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기 시작하니 학원비가 숫자로 다가온다. 학교에서 사교육비를 줄이고자 마련한 방과 후 수업은 저렴한 편이지만, 수학학원비, 수영학원비 등 사교육은 시간당 얼마, 총 몇 시간 해서 한 달에 얼마로 계산되어 머리에 박힌다. 요즘 초등학생 치고 학원을 많이 다니는 편이 아니라 다른 집에 비하면 적은 비용이지만 나에게는 초등학생 학원비가 비싸게 느껴진다. 가끔 내가 듣는 성인들을 위한 수업보다 시간당 비용이 훨씬 비싸게 책정되어 있는 것 같다. 저학년 학생들은 소수정예로 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가성비를 따지자면 꽤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소수라고 하더라도 시간 안에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양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방과 후 수업 중 재료비가 들지 않는 축구는 한 번에 두 시간씩 하는데 3달에 10만 원도 안되니 제일 가성비가 좋다. 게다가 아이가 축구 가는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 


가성비로 모든 걸 판단해 버리면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나의 투자가 올바른 것인가, 투자한 만큼의 효과가 있는 것일까 하는 걸 아이의 수업에 따지다 보면 아이에게 조급한 마음을 품게 된다. 축구처럼 신나게 놀다 오라는 마음으로 보낸 것이 아니라 더 그런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수학을 조금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수학학원을 보냈는데 놀고 왔으니 마음이 뭔가 편치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에게도 선생님에게도 티를 내지 않았다. 어린이날이라고 준비해 주신 그 마음과 아이의 마음을 알기에 학원비를 잠시 잊고 즐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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