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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Jul 13. 2023

아침엔 요가

나이가 들면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는데 헬스장을 다녀 본 적이 없어서 헬스장에 선뜻 등록하지 못했다. 머라도 해야 되겠다 싶어 아침에 아이학교 등교시키고 혼자 매일 아파트 계단 오르는걸 일 년 반쯤 했다. 매일 귀찮지만, 그래도 아침에 나온 김에 올라가는 게 루틴이 되어 처음엔 21층, 그다음엔 두 번씩 42층을 걸어 올라갔다가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왔다. 나름 운동을 하고 있다는 안도감과 루틴을 갖고 있다는 뿌듯함에 취했었는데 아이가 등교를 혼자 하기 시작하면서 루틴이 깨져버렸다. 일 년 반동안 루틴을 만드는 건 어려웠는데, 깨는 건 너무 쉬웠다. 계단 운동을 안 하고 3개월 정도 지나니 온몸이 뻐근해 다시 운동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아파트 문화센터에 요가 수업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알아봤더니 가격이 저렴해 경쟁률이 꽤 치열했다. 3개월 단위로 신청을 하는데 운이 좋게 추첨되어 지난달부터 매주 월, 수, 금 주 3회 요가 수업을 받는다. 


오전 9시가 첫 시간이라 일찍 온사람들이 요가 매트를 깔아 놓는데, 10분 전쯤 도착해 얼른 매트를 깔고 앞자리에 앉는다. 앞줄에 앉아야 거울로 내 모습이 더 잘 보일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뒷줄부터 자리를 앉아서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지켜보니 자신이 없어서 다들 뒤쪽에 않는 것 같았다. 나는 못해도 꼭 앞줄에 앉는다. 처음엔 너무 오랜만에 요가 수업을 들어서 옆사람을 보며 동작을 따라 했는데 대략 눈치가 늘어서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다. 하지만 몸이 뻣뻣해서 무릎이 쫙 펴지지 않고 등을 펴면 앞으로 구부려지는 것도 안된다. 강사님이 '바닥에 이마를 대세요~'라고 하지만 나는 공중에서 내려가지도 못한 채 무릎만 잡고 있다. 거울에 앞자리에 앉아서 숙이지도 못하는 내가 조금 창피하기도 하지만 언젠가 나도 바닥에 이마를 댈 수 있기를 기대하며 꿋꿋하게 앞줄에 앉아있다.  


처음 한 달은 중간에 자리가 난 수요일반 하루만 가는 주 1회 수업을 들었는데 오랜만에 스트레칭을 해서 그런지, 온몸의 근육이 자극이 돼서 근육통에 힘들었다. 수요일 요가를 하고 나면 시원한데 다음날부터 근육통이 오고 그다음 주에 다시 뭉치고 풀어지고를 반복했다. 주 3일로 바뀌고는 그 주기가 빨라져 요가를 안 가는 날은 몸이 더 찌뿌둥한 느낌이다. 헬스에 빠진 가수 김종국이 그 근육통의 맛이 너무 좋다고 이야기할 때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여름이 되었는데 입맛은 떨어지지 않고 더 살아버려서 살이 찌고 있다. 요가 후 계단 운동까지 하면 살이 좀 빠지지 않을까 싶은데 요가 끝나면 온몸이 힘들어 집으로 바로 들어가 계단운동을 까먹어 버린다. 다음엔 운동 가기 전엔 손바닥에 적어서 잊지 않도록 해봐야겠다. 다시 요가 끝나고 계단으로 이어지는 루틴을 만들어봐야겠다. 내 몸이 조금씩 유연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앞으로 1년간은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일 년 뒤에 적는 글엔 조금 달라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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