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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Jul 18. 2023

조용한 주말


주말 내내 비가 세차게 내렸다. 집중 호우로 인해 비피해 뉴스가 들려 꼼짝없이 집에 있었다. 오전에 잠깐 비가 그쳤을 때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예약했던 책과 상호대차 책들을 빌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학습 만화책들도 빌려왔다. 아이는 집에 와서 자연스레 책을 집어 들었고, 나도 전날부터 읽기 시작한 소설을 읽었다. 남편도 요즘 책을 읽기 시작해서 세 가족의 책 읽는 모습이 꽤나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셋다 각자의 책의 세계에 빠져 조용한 오후, 그 고요함이 참 좋다. 


매주 주말 약속이 없으면 어디든 나가려고 아등바등했는데, 너무나 오랜만에 아무 일정도 없는 주말이었다. 하지만 하루종일 책만 읽을 수 없는 아이는 친구들과 전화해 약속을 잡고 나가서 놀고 들어왔다. 나가기 전 아이들이 각자 사정이 있어 못 나갈 뻔했다. 아이 친구 중 축구를 좋아하는 한 아이는 아침부터 축구를 하는데 이번주말엔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떠났단다. 다른 친구는 아빠서 병원에 가있고, 몇몇은 전화를 안 받았다. 여러 번 친구의 친구들까지 시도한 끝에 만남이 성사되어 축구공을 들고나갔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축구장에서 축구를 하고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자 땀에 젖어 들어오면 바로 화장실로 보내 샤워를 하게 했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보드게임을 함께 하고, 간식도 먹다 보면 오후 시간이 되어 평일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의 게임 시간이 되었다. 주말 두 시간씩의 시간 동안 남편과 나도 함께 TV를 시청하거나 각자의 취미를 즐긴다. 그 시간이 우리에게는 꿀 같은 시간이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책을 계속 읽어 결국 소설책을 완독 했다. 무언가 하나 끝낸 기분이라 상쾌하다. 


아이의 게임도 다 끝나고 아이가 응원하는 K리그 축구팀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축구 경기 시간은 남편과 아이의 시간이라 나에게 또 자유시간 2시간이 주어졌다. 지난주에 밀린 신문을 읽고 중간중간 아이가 다가와 참견을 하다가 다시 가서 또 축구 경기를 시청한다. 남편과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축구를 보는 이 시간이 평화롭게 느껴졌다. 간직하고 싶어 사진을 찍었다. 나도 축구직관과 경기 시청을 함께 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쉽지 않아 나는 튕겨나가졌다. 축구에 크게 관심이 없다 보니 시선이 공을 따라가다 다른 생각에 빠져들며 경기에 집중을 할 수 없어졌다. 이제는 남편과 아이 둘이 즐기게 두고 끝나면 경기결과만 물어볼 뿐이다. 이기면 함께 기뻐해주고, 져도 사실 별다른 타격은 없다. 하지만 이기면 아이가 특히 좋아하기에 이기길 바랄 뿐이다.  


경기결과는 승리로 끝나고 각자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었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주말이었지만, 이렇게 고요하고 평화롭게 지내도 만족스러운 주말이었다. 소진되는 주말이 아니라 오랜만에 충전되는 주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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