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지살롱 Aug 21. 2023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참으며

옛사람들은 어떻게 처음에 커피를 발견해 마시게 되었을까. 우리가 먹는 커피빈은 사실은 열매가 아니라 씨앗이라고 한다. 커피 열매는 버찌나 비슷해 새콤한 맛이 나는데 열매를 먹는 것보다 씨앗을 추출해 커피로 판매하는 것이 수익성이 좋아 열매를 먹지 않는다. 달콤하지도 않은 커피를 도대체 어떻게 시작했을지가 너무 궁금해서 찾아보니 6-7세기경 에티오피아의 목동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염소들이 빨간 열매를 따 먹고 흥분하며 뛰어다니는 광경을 목격하고 자신도 먹어보았는데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함을 느껴 이사실을 이슬람 사원의 수도승에게 알렸고 여러 사원으로 퍼져나갔다. 처음에는 열매를 끓여서 죽이나 약으로 먹기도 했고 즙을 발효시켜 먹기도 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먹다가 커피열매를 벗기고 말리고 볶고, 갈고 하는 과정의 지금의 커피가 아마도 제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발전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한때 커피는 자판기 커피가 최고인 시절이 있었는데 대학교 때 학교에 이디야 커피점이 생겼다. 그때는 아메리카노맛을 제대로 모를 때라 초콜릿 시럽과 우유가 들어가는 카페모카를 자주 마셨다. 학교 졸업하고 친구들과 만나면 자연스레 커피 전문점을 갔는데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카페에 가서 제일 저렴한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반도 못 마시고 나올 때가 많았다. 그때도 아메리카노는 쓰게만 느껴졌는데 언제부터 커피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커피가 쓰게만 느껴져 반샷만 넣어 달라고 요청해 연하게만 먹다가 가끔 카페라테를 시키기도 했는데 우유의 맛이 느끼하게 느껴져 속이 느글느글 했다. 그래서 아메리카노만 마셨는데 어느 순간 고소하고 씁쓸한 맛에 중독이 되었다. 그 시점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커피가 없으면 찾게 되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아~ 좋다’라고 느끼게 되었다. 


어느덧 십여 년이 지나고 이제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간다. 하루라도 커피를 안 마시면 뭔가 의식을 치르지 못한 것만 같고 한 모금이라도 마셔야 마음이 안정이 될 것 같다. 연한 커피를 주로 마시지만 뭔가 고된 날은 진한 커피를 마신다. 커피는 환상이 함께 하는 음료인 것 같다. 커피를 마시기 전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유와, 커피 향, 카페의 분위기가 어우러져있다. 내가 비록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더라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커피의 이미지는 여유롭고 분위기 좋은 카페를 상상하며 마신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실 때면 마치 내가 그 공간에 들어가 있는 착각을 느끼기도 한다. 위염이 생겨 당분간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커피를 끊고 있어 더 간절하게 느껴진다. 카페에 와서 고소한 커피 향을 맡으며 카모마일 티를 마시고 있다. 간접 음용을 하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고 뇌를 속이고 있다. 커피와 함께 디저트를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인데, 가끔은 디저트를 먹기 위해 커피를 먹기도 한다. 커피의 씁쓸함과 달콤함이 합쳐질 때 단맛은 더 극대화된다. 하지만 디저트는 거의 밀가루로 만든 음식들이라 현재 위를 보호해야 하는 나는 카페의 쇼윈도에 보이는 다채로운 디저트들은 그림의 떡이다. 커피를 참으며 위를 달랜다. 몸이 괜찮아져서 씁쓸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용한 주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