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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Sep 04. 2023

창작의 이유

글쓰는 이유

어떤 그림을 그리지?

몇 년 전부터 회사 다니며 SNS에 그림을 그려 올렸다. 그림만 덩그러니 올리기엔 아쉬워 무슨 말이든 써야 할 것 같은데,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 글 없이 해시태그만 남기곤 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 무작정 매일 그림을 그리자 생각했지만 막상 뭘 그려야 할지 막막했다. 고민만 계속하다 안 되겠다 싶어 좋아했던 영화장면이나 포스터를 그렸다. 하지만 그리면 그릴수록 나의 콘텐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두었다.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방법을 몰랐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장면이나 대상을 관찰해 글로 먼저 옮기면 생각이 명확해지고 그림 그리기가 더 수월해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며 나를 알아가기

아침 일찍 일어나 ‘아티스트웨이’라는 책을 읽고 모닝 페이지라는 것을 쓰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하루 3페이지씩 글을 쓰며 내면의 아티스트를 꺼내는 것인데 책에는 작가가 내준 질문이 있다. 처음엔 작가의 질문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하루 3페이지씩 매일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매일 쓴 글을 보니 나는 자기반성의 글을 많이 쓰고 있었다. '나는 이런 걸 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 이런 점을 고치면 좋겠다. 앞으로는 이렇게 시도해 봐야겠다 ‘ 대부분 이런 글들이었다. 그렇게 매일 쓰다 보니 다음은 주제가 있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글쓰기 관련 책을 읽고, 에세이 쓰는 법, 시 쓰는 법등의 글쓰기 강의를 들었다. 글쓰기를 처음 배울 때 강사님이 글쓰기 주제로 내주는 숙제는 보통 ‘나에 대한 주제’였다. 과제로 내는 글을 쓰며 과거의 사건을 통해 내가 새로운 것,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생각보다 꾸준하고 힘든 것을 잘 견디는지 나를 좀 더 알게 되었다.


나만의 시선 갖기

글이든, 그림이든 내가 보여주고 싶은 주제나 소재가 있어야 창작이 가능하다. 거기에 나만의 시선이 있어야 하는데 나만의 시선은 도대체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계속 쓰다 보면 자신만의 시점이 보인다고 하는데 시선이 없을 땐 어떻게 써야 하는지 막막하게 느껴져 작은 것부터 생각해 보았다. 매일 그날의 감사한 일을 생각해 아이패드로 간단히 그림을 그리고 SNS와 브런치에도 글을 올렸다. 회사를 그만두고부터는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기에 아이와 있으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쓰기도 하고, 그날그날의 일기를 쓰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개인적인 일기일 뿐이지만, 공개적으로 글을 쓰며 나의 일기를 콘텐츠로 만들려고 글을 쓴다. 매일 하나하나의 글을 보면 이게 콘텐츠가 될까 싶지만 그 글들이 모이고 쌓이니 제법 콘텐츠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글과 그림에서 나의 삶의 방식이 보인다.


노력한 만큼 생기는 자신감

글을 계속 쓰다 보니 글을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 글을 쓰는 데에 더 이상 두려움은 없어졌다. 어떤 글을 쓰더라도 내가 쓰려는 글은 누구를 위한 글인가, 어디에 쓰는 것인가의 목적성에 따라 의도를 분명히 쓸 수 있는 장점이 생겼다. 대부분 내가 쓰는 글은 혼자 생각하고 내 SNS의 공간에 쓰는 글이라 부담감이 적은 글이지만, 짧은 글이라도 매일 쓰려고 노력하다 보니 지원서나 독후감 같은 걸 쓰는 것도 수월해졌다. 요즘은 말하는 것보다 오히려 글로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쉽게 느껴진다. 직접 말하는 순발력이 조금 떨어져서 시간을 갖고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쓰는 것이 더 편하다.


창작의 욕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가. 나를 드러내고 싶은 욕구, 나의 존재의 이유는 창작이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며 연차가 쌓이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더 이상 창조적인 일이 아니라고 느끼고 좌절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회사를 나와서도 창작을 하지 않으면 나의 존재감, 나의 효능감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그림을 잘 그리고, 글을 잘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 괴롭지만, 괴로우면서 내가 계속하는 이유는 창작의 욕구이다. 나의 내재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 자아실현의 욕구를 위해 오늘도 글을 쓴다. 나는 언젠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누군가를 감동시키고 울리고 배꼽 잡게 할 수는 없지만 소소한 웃음으로 계속 읽고 싶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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