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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Oct 21. 2023

곤충사냥

봄이 시작되면 나비 사냥을, 여름엔 매미 사냥을, 가을엔 잠자리 사냥하느라 추운 겨울을 뺀 모든 계절에 채집통과 잠자리채를 들고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대부분 아이는 생명에 대한 조심성이 부족하다. 힘 조절이 안 돼서 아이들 손에 날개가 찢어지거나 다리가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나는 작고 연약한 곤충이 다쳐 불쌍한데 아이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 것 같아 속상 하기도 하다. 아무래도 어린아이들은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아이들은 나비나 잠자리, 매미 같은 곤충 잡는 걸 좋아한다. 내면의 사냥 본능인지, 작고 날아다니는 게 신기한 단순 호기심인지 모르겠다. 7년 동안 땅속에 있다가 성충이 되어 2주 살고 사라지는 매미처럼 대부분 성충으로 살아가는 기간이 짧은 곤충의 생애를 생각하면 잡지 않았으면 하지만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를 제지할 수 없어 잠자리채와 채집통을 쥐어주게 된다. 아이 친구가 며칠 전 채집통에 사마귀를 가지고 놀러왔다. 사마귀에게 먹이를 줘야 해서 작은 곤충을 잡아 줘야 한다고 했다. 그냥 자연 상태에 풀어줘서 스스로 먹이를 사

냥해 먹게 해 주면 좋겠지만 이미 아이 손에 잡힌 곤충이 굶어 죽는 것 또한 좋지 않은 일이니 주는 게 맞겠다는 생각하며 우리 아이가 아니라 차마 풀어주란 말을 하지 못했다.


얼마 전 아이가 방과 후 `생명과학` 시간에 구피를 받아왔다. 커피 테이크아웃 잔에 한 마리가 외롭게 있었다. 나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선생님께 생물은 수업 시간에 관찰만 할 수 있도록 장문의 문자를 드렸다. 아이가 원하지도 않는 생명을 보내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생명을 경시할 수 있을 거란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남편은 물고기 한 마리를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 아니냐고 했지만 수업 시간에 받아온 구피는 받아온 다음 날 바로 죽었다.


내가 예민한 건지 원래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건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남들보다 공감 능력이 더 발달한 것 같다. 나는 보통 약자에게 더 공감된다. 나를 그 채집통 안에 있는 곤충에, 테이크아웃 잔에 들어있던 구피에 감정이입한다. ‘조그마한 플라스틱 통에 덩그러니 혼자 떨어져 이동할 때마다 물이 요동치고 어지럽게 느껴질 텐데 저 조그마한 몸으로 견뎌 낼 수 있을까. 저 작은 채집통 안에 갇혀서 나가고 싶어 파닥거리다 날개가 떨어져 나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든다. 내가 다치는 것 같고, 내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작은 곤충들에게 우리는 너무 큰 거인이다. 인간이 마음만 먹으면 조그마한 생물체 따위 너무나 쉽게 다룰 수도 있기에 자신이 가진 힘을 작은 것에 휘두르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가 채집통을 들고 나갈 땐 작은 곤충도 생명이니 너무 세게 잡지 말고 다치지 않게 조심히 다루길 아이에게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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