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딸기는 비싸다.
우리 집엔 딸기 귀신이 산다. 과일은 웬만하면 다 좋아하는 편인데 그중에 딸기를 제일 좋아한다. 살짝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우리 집 딸기 귀신은 ‘엄마, 딸기가 나왔을까? 아- 딸기 먹고 싶다’ 라며 딸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보통 10월부터 물어보기 시작하는데- 11월은 돼야 마트에 딸기 판매가 시작된다. 한번 사 먹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냉장고에 딸기가 떨어질 날이 없이 딸기가 채워진다.
첫 딸기는 비싸다. 출시된 지 2-3주가 좀 지나야 살만한 가격으로 떨어지는데, 며칠 전 마트 갔다가 첫 딸기가 나온 걸 딸기 귀신에게 딱 걸렸다.
'어?! 딸기다!! 엄마!! 딸기야!!'
'어? 어.. 오늘은 파 사러 나왔는데..'
대충 얼버무리며 나중에 사줄게 하고 집으로 데려왔는데 그냥 지나치면 딸기 귀신이 아니다. 생각해보면 몇 달을 기다렸는데- 포기할 아들이 아니었다.
딸기를 발견한 다음날 밤 퇴근하고 오니 딸기를 사러 나가자고 한다. 사실 어제 봤던 마트에 딸기가 딱 맛있어 보이지 않았고 몇 개 안 남아 덜 신선해 보여 지하 마트 위에 있는 과일가게에도 봤는데 여긴 알이 큰 건 한 바구니에 3만원, 작은 건 2만원 이었다. 보통 질이 좋고 맛있는 과일만 취급하는 곳인걸 알기에 어느 정도 비싼 걸 예상했지만.. 2-3만원은 너무 컸다. 그리고 워낙 딸기 귀신이라- 아침저녁으로 먹어서 이제부터 일주일에 한-두팩씩은 먹어 버릴 텐데라고 계산이 드니.. 조금 더 가격이 내리게 되면 사줘야겠다고 나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딸기 열정을 누가 막겠는가.
'00아, 지금 늦어서 나갔다 올 수가 없어. 그리고 딸기가 3만원이래. 너무 비싸서 엄마는 조금 기다렸다가 사주고 싶은데..'
'엄마, 내 돈으로 사면 안돼? 나 돈 있는데. 내 돈으로 사는데도 안돼?'
아이에겐 현금이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장난감 사라고 주신 돈을 아이 은행 계좌에 모아놓고 있지만 일부는 갖고 싶다고 해서 지갑에 고이 모셔 놓고 있었는데 평소에 장난감을 사고 싶어도 자기 돈은 절대 못 건드리게 했었다. 그런데 딸기를 사 먹기 위해 내놓겠다니.
'그럼 내일 엄마가 퇴근할 때 딸기 사 올 테니까 아침에 엄마한테 3만원 줘야 해.'
혹시나 마음이 바뀔까 싶어 3만원을 꼭 받겠다고 말했지만, 알았다고 한다. 다음날, 퇴근하고 부지런히 오느라 딸기는 생각도 못하고 집에 도착했다. 아직 퇴근해서 오고 있는 남편에게 딸기를 사 오라고 얘기하니 남편 역시 마트를 안 가고 그 질 좋고 비싼 과일집에서 딸기를 사 왔다.
'00아, 아빠한테 3만원 줘~'
무심한 척 얘기하고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지갑에서 3만원을 꺼내 아빠에게 쥐어줬다. 본인의 딸기 사랑을 감내하겠다는 비장한 표정으로.
아직 돈 개념이 없어서 3만원이 그리 크게 안 느껴졌는지, 그만큼 먹고 싶었던 의지였는지 알 수 없으나 7살 아이의 딸기 사랑은 대단했다.